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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ETF 운용사’ 반에크家 3세 “스테이블코인 과점 구조 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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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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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 신청서를 승인했다. 당시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선보인 11개 업체 중에는 1955년 설립된 자산운용사 반에크도 포함돼 있었다. 반에크는 지난달 이더리움 현물 ETF를 선보인 데 이어, 현재는 솔라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의 발행을 추진하는 등 가상자산 투자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에크는 새로운 투자 자산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온 운용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1968년 미국 최초의 금 투자 펀드를 출시했다. 3년 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닥치고 금이 대체 투자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반에크는 유력 자산운용사로 도약했다. 2006년에는 ETF 시장을 공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 6월 말 기준 반에크의 운용 자산은 1077억달러(약 144조원)에 이른다.

최근 반에크 가문 3세 닉 반에크(Nick van Eck·28)가 가업을 잇는 대신 스테이블코인(법정 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어 가상자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반에크 창업자인 고(故) 존 반에크의 손자이자, 현재 반에크를 이끌고 있는 얀 반에크의 아들이다. 닉 반에크는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 개발사인 아고라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닉 반에크 CEO는 지난 8일 조선비즈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세계 최고의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충분히 사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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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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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는 최근 반에크와 기관 전문 은행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사업 파트너십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자체 스테이블코인(AUSD)을 이더리움과 아발란체, 수이 등 주요 블록체인에서 발행했다. 현재까지 아고라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5700만달러(약 763억원)에 달한다.

오늘날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5%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아고라가 가세하면서 최근 몇 년간 유지돼 온 두 회사의 과점 구조도 점차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에크 가문의 도전정신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반에크 가문은 항상 독특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55년 조부는 반에크를 창업하면서 국제 투자자 펀드를 출시했다. 미국인이 외국 주식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반에크는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새 트렌드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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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크 자산운용사를 창업한 고(故) 존 반에크 전 최고경영자(CEO). 존 반에크 전 CEO는 국제 투자자 펀드, 금 채굴 관련 펀드 출시 등을 지휘하며 반에크를 유력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반에크 제공




―지난 4월 창업한 아고라는 반에크와 협업하는데.

“이용자들이 AUSD를 발행하면 아고라는 그만큼의 달러를 스테이트 스트리트에 예치하고, 반에크가 이 자산을 관리한다. 아고라의 자산은 현금, 미국 단기채 등에 투자된다. 아고라는 이 투자 포트폴리오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향후 반에크와 추가적인 협업도 기대할 수 있나.

“앞으로 아고라가 펀드나 자산의 토큰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반에크가 펀드 매니저나 자산 관리자 역할을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이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한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와 서클의 과점 체제다.

“테더는 최초의 디지털 달러를 출시했으나, 규제에 취약하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면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규제를 받을 것이고 향후 테더의 시장 영향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클의 경우 수익의 절반을 코인베이스와 나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수탁 서비스, 전자지갑 등의 사업을 한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USDC를 거래해 얻은 이익이 경쟁사인 코인베이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모델은 이해 상충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아고라는 파트너사에 ‘당신의 회사의 플랫폼에 예치된 AUSD의 수입을 나누겠다’고 제안한다. 모든 사업자가 아고라 금융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고 동등한 보상을 얻기 때문에 훨씬 중립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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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반에크 아고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조선비즈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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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권도형의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불신이 많다.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뒷받침할 만한 자산도 없었다. 반면 아고라는 발행된 AUSD만큼의 동등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AUSD를 발행하면 이용자로부터 실제 화폐를 받고 그 돈을 스테이트 스트리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용 은행의 펀드에 보관한다. 아고라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사들을 통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고라 스테이블코인의 실생활 속 쓰임새가 궁금하다.

“송금 및 결제 분야에서 이미 여러 기업이 아고라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해외 간 결제에서 AUSD를 사용하는 이유는 대금을 즉시 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보낼 때 은행 시스템을 사용하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주 정도 걸리지만, AUSD를 사용하면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돈을 보낼 수 있다.”

―개인은 이미 페이팔과 같은 간편 송금 서비스가 있어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적을 것 같다.

“페이팔은 계정 로그인을 차단할 수도 있고, 송금 서비스 이용 때 추가 증빙을 요구하기도 한다. 게다가 페이팔은 수수료도 더 비싸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용자가 그 자산을 소유하며, 수수료도 페이팔 대비 저렴한 편이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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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개발사 아고라의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드레이크 에반스, 닉 반에크, 조 맥그래디. /아고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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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처럼 전통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분야는 해외 결제와 송금이다. 한국처럼 금융 인프라가 잘 발달한 시장조차 다른 국가로 돈을 보내려고 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린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10초 이내에 돈을 옮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자산을 현금화하는데 1~3일이 걸리기도 한다. 무언가를 팔았으면 그 대가인 돈을 즉시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

―오는 9월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아고라는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은 금융사로 향후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규제와 절차를 지키면서 한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고라의 향후 목표는.

“올해 말까지 10억달러(약 1조3387억원) 이상의 자산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아고라는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유럽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궁극적인 사업 목표는 AUSD를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큰 디지털 달러로 만드는 것이다.”

☞닉 반에크 아고라 CEO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사학·경제학 학사 ▲호라이즌 키네틱스 LLC 증권연구원 ▲캠브리지 어소시에이트 투자심사역 ▲JMI에쿼티 애널리스트 ▲제네럴 캐털리스트 파트너 ▲아고라 창업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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