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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단독] "부모들 온다고 교실 분리" "현장체험 따로 다니게" 장애유아 통합교육 차별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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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 차별 경험 특수교사 124명 설문]
40% "장애유아 교육활동 참여 배제" 경험
통합교육 저해 주체로 관리자 지목 81%
"통합교육은 유치원 시기에 가장 큰 효과"
한국일보

수도권 소재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통합학급반 앞 복도.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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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경북 소재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특수교사 A씨는 장애가 있는 원생들을 부모 참여 수업 당일 통합학급이 아닌 특수학급에서 따로 수업해달라는 관리자의 주문을 받았다. 장애 원아가 돌발행동을 할 경우 수업에 방해가 되고 비장애 원생 학부모가 우려할 수 있다는 게 분리수업 요청 이유였다. 통합학급은 장애·비장애 아동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반으로, 엄연히 특수교육대상 아동의 원래 소속 학급(원적학급)이다.

A교사는 돌발행동은 교사 간 협력으로 충분히 사전 대처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참 이상적이네요. 문제 생기면 책임질 거예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A교사는 비장애 아동 부모들이 학교에 와있는 동안 장애 아동들을 특수학급으로 데려갔다.

교육 현장에서 특수교육대상 유아를 상대로 차별적 조치와 발언이 잇따른다는 특수교사들의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전국특수교사노조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12일간 전국 17개 시도 병설유치원 등에 재직 중인 현직 유아 특수교사 가운데 통합교육 과정에서 부당한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힌 교사 124명을 심층 설문조사했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특수교육법 등에도 명시된 원칙이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안착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다.

23일 한국일보가 해당 설문 결과지를 분석한 결과, 응답 교사의 91.1%(113명)는 '통합교육 활동 중 차별로 인해 (장애아동 교육과 지도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차별을 경험하긴 했지만 원생 교육·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정도는 아니라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통합교육 과정에서 차별로 인식된 유형에는 '장애 유아의 교육활동 참여 배제'가 39.7%로 가장 많았다. 충남 소재 병설유치원 소속 저연차 특수교사 B씨는 올해 4월 "현체(현장체험학습) 갈 때 장애 아동끼리 다녀라"라는 원감의 통보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수학급에 있던 유아들이 방과후 특성화수업 시작 10분 전 교실에 도착했음에도 "지금 오면 분위기 흐려진다"며 수업 참여를 거절당한 일 등 참여 배제 사례는 수두룩했다.

그다음으로 많은 차별 유형은 '통합학급 교사(일반교사) 및 비장애 유아 학부모의 특수교육대상 유아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언사'(28.3%)였다. 유아의 장애 특성을 간과한 채 자신의 얘기를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고 혼낸 경우, 특수교육대상 아동은 잘못을 해도 지도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경우 등이 사례로 지적됐다.

관리자의 통합교육 활성화 의지 부족도 지적됐다. '행정적 태만 및 통합교육 실행 거부'(12.3%)와 '특수교사 의견 수렴이 없는 통합교육 시간·방법의 일방적 통보'(9.4%)가 여기에 해당한다. 통합교육 차별을 가하는 주체로 '관리자'를 꼽은 응답도 8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치원 교사(69.5%), 방과후전담사 등 교직원(21.2%), 비장애유아 학부모(11.9%) 순이었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대변인은 "통합교육은 전체 학령기 중 유치원 시기에 가장 효과가 크다"며 "조기 특수교육 필요성이 발견된 아이들은 특히나 생애 초기 단계인 유아교육에서부터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정책적 지원과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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