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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19명 사상' 화재 참사 부천 호텔 "완강기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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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주로 복도·객실서 발견…"완강기 이용해 탈출했다면"

사고 난 호텔, 객실마다 간이완강기 위치 '뒤죽박죽'

숙박시설내 소방·대피·안전시설 사용법 등 적극 게시 필요성도

수사본부, 화재 경위 중점 수사…호텔 관계자·투숙객 등 소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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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숙박업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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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중동 호텔에 화재 피난장비인 완강기가 제 위치에 구비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각 객실별로 완강기 설치 위치가 다르거나 아예 구비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주로 복도·객실서 발견…"완강기 이용해 탈출했다면"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호텔 7층 810호에서 시작돼 7~8층 객실에 투숙했던 시민 7명(남성 4명, 여성 3명)이 숨지고 건물 내부에 있던 12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중상이고 나머지 10명은 경상이다. 이 호텔은 4층을 따로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컸다.

사망자는 대부분 건물 고층에 몰려 있었다. 숨진 7명 가운데 3명은 이 호텔 7~8층 객실에서, 2명 역시 같은 층 복도에서 발견됐다. 이 외에 사망자 2명은 소방대가 설치한 공기주입매트(에어매트)를 이용해 탈출하려 했지만 매트가 뒤집히는 등의 문제로 숨졌다.

소방당국은 화재로 인해 건물을 탈출할 경우 완강기를 이용해 탈출하는 것을 권한다. 완강기는 고정대에 로프를 연결해 건물 밖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하는 장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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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숙박시설 예약 애플리케이션에 게재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A호텔의 숙박후기 사진 모음. 각 객실 별로 간이완강기의 비치 위치가 다르다. 왼쪽 위 사진은 간이완강기가 없는 반면 왼쪽 아래 사진은 간이완강기가 구비된 모습. 오른쪽 사진에는 객실 창틀에 간이완강기가 있다는 팻말이 부착돼 있다. 사진 모두 간이완강기에 연결하는 후크는 천장 가까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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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난 호텔, 객실마다 간이완강기 위치 '뒤죽박죽'


피난기구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301)에 따르면 숙박시설의 경우 화재시 피난기구로 각 객실마다 완강기 또는 2개 이상의 간이완강기 설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CBS노컷뉴스가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커뮤니티 등에 탑재된 최근 투숙객들의 사용 후기를 분석한 결과 해당 호텔에 완강기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대신 간이완강기가 구비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각 객실의 간이완강기 위치는 '뒤죽박죽'이었다.

일부 객실에는 간이완강기는 수건 등과 함께 있었고, 또 다른 객실에는 창문에 구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몇몇 객실에서는 아예 간이완강기를 찾을 수 없었다.

또 대부분의 객실에서 간이완강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완강기를 고정하는 후크가 천장 가까이에 달려 있어 아동이나 키가 작은 사람들은 사용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다.

우석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대피시 에어매트보다 완강기를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면서 "숙박시설에 완강기가 올바르게 설치돼 있었고 그 장비를 이용해 투숙객들이 피신했다면 더 안전하게 현장을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합동감식에 참여한 소방 관계자는 "해당 호텔 내에서 완강기가 설치된 건 확인했지만 각 객실별로 제대로 설치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한 객실에 간이완강기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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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기 사용법.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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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설내 소방·대피·안전시설 사용법 등 적극 게시 필요성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숙박시설내 소방·대피·안전시설 사용법 안내문을 인터넷 홈페이지나 입구 등에 적극 게재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극장의 경우 영화 상영 전 화재 발생시 대피경로 안내 영상을 반드시 시청해야 하고, 노래방 역시 반주 영상이 시작하기 전에 피난안내도 영상이 먼저 나오는 반면 숙박시설의 경우 대피경로나 안전시설 이용 안내문은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완강기 사용법과 위치도 등도 제대로 안내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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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이 23일 출입통제되고 있다. 이 호텔에서는 전날 오후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천=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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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본부, 화재 경위 중점 수사…호텔 관계자·투숙객 등 소환 조사


한편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이날 사고가 난 호텔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합동 감식에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을 비롯해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 30여명이 투입됐다.

합동 감식팀은 최초 발화점으로 유력한 호텔 810호 객실을 중심으로 사상자들이 발견된 계단과 복도 등 건물 안팎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소방 당국은 "타는 냄새가 났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전담 수사본부를 꾸려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서는 동시에 투숙객과 호텔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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