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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물가와 GDP

“가격 통제해 물가 잡겠다”...아슬아슬 포퓰리즘 줄타기하는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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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경제공약 윤곽

법인세 인상·바가지요금 금지
생애최초 주택구입 세금 감면
중산층 중심 ‘기회의 경제’ 강조

바이든 정책보다 더 좌편향
기업을 인플레 주범으로 몰아
공산주의 빗대 ‘카뮤니즘’ 비판


매일경제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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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일찍 이혼하고 싱글맘으로 나와 동생 마야를 키웠다. 중산층(middle class)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미국 사회에서 이런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 유권자를 집중겨냥했다. 이날 연설에서 그가 밝힌 ‘기회의 경제’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식품과 보금자리, 가족 등 따뜻한 단어로 묘사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칫 경제를 망칠 수 있는 ‘포퓰리즘의 망령’이 도사린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인세율 인상, 식품기업 가격 제한, 유자녀 가정과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금 감면 확대 등이 해리스 부통령이 밝힌 ‘기회의 경제’의 주요 골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수락 연설에서 “의료·주거·식료품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업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소유주와 창업가들에게도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공약으로 밝혔던 대로 미국의 주택 부족 문제를 종식시키고 사회보장과 메디케어(연방 노령·장애인 대상 보험)도 보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점차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고 가격통제 형태로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바가지요금 금지(Ban Price Gouging)’가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료품 가격인상을 제한해 물가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 의한 수익성 추구가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 중 대기업과 식료품 체인점이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폭리를 취하는 기업을 상대로 벌칙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식료품 가격 제한 정책은 1970년대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워싱턴포스트(WP) 등 민주당에 우호적인 언론에서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WP는 해리스 부통령의 계획이 전임 민주당 대통령들보다 경제정책을 더 왼쪽으로 끌고 간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서도 더 강도 높은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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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선 폭스뉴스는 경제원론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공산주의(communism)와 카멀라를 합친 ‘카뮤니즘(Kamunism)’이라는 단어까지 들고 나왔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kamunism’을 달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식품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과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반박하고 나섰다.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인상할 방침을 공개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자본주의 부작용과 기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 중산층 가정을 위해 자신이 했던 일을 소개하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서 나는 대형 은행과 맞서 싸웠다”며 “차압에 직면한 중산층 가정을 위해 200억달러를 지원하도록 했고, 주택 소유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영리 대학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학생들과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대변해 왔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러한 조치들은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친숙한 주범인 ‘미국 기업’에 돌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산층 가계에 구호품을 가져다줄 비용을 기업들에 전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부드로 조지메이슨대 교수와 리차드 멕켄지 캘리포니아대 머라지 경영대학원 명예 교수는 월스트리트(WSJ) 기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적 망상에 빠졌다”며 “대통령의 권한으로 시장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격 통제에 실망한 식품 기업들이 생산을 보류하면서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주택 보조금에 따른 주택 매입 확대는 새로운 가구 구입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해리스 부통령의 발표한 경제 정책은 중도 좌파적 구상일 뿐 공산주의라는 비판은 잘못됐다고 옹호했다. 크루그먼은 해리스 부통령이 제시한 자녀 세액 공제에 주목했다.

크루그먼은 “빈곤 속에서 자란 미국인들이 성인이 돼서도 건강이 좋지 않고 소득도 낮다”며 “아동 빈곤과 싸우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격 제한 정책에 대해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나쁜 아이디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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