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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대통령 후보직 수락한 해리스, 미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 기록 세우나[美 민주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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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으로 '유죄' 트럼프와 대립···反트럼프 표심 흡수해 박빙우세 전환

지지세력 공고화·표 확장성 '과제'···가자문제 등 이슈 놓고 '줄타기' 주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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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면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 전세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주요 이력 때마다 '최초 흑인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승승장구 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사에서 마지막 남은 가장 크고 높은 유리천장을 이번에 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실없이 웃는 존재감 없는 2인자'라는 혹평을 받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선 후보 사퇴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민주당 당내에서는 대선 흥행을 위해 '미니 경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막후 실력자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지지(같은달 22일)를 등에 업은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틀 만에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사실상 대선 후보 승계자로 자리를 굳혔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확고한 지지까지 확보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사퇴한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큰 잡음 없이 조기에 당의 전열을 정비했다.

해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첫 유세에서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성)착취자, 소비자를 등쳐먹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깨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 등 모든 유형의 범죄자들을 상대해봤다"면서 4개의 사건으로 형사 기소돼 이 가운데 한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로 규정하며 자신을 그 대척점에 놓았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7월13일) 이후 '대선은 사실상 끝났다'며 패배감에 빠졌던 민주당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대선 후보의 등판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6일 '트럼프는 이상해'라는 발언으로 주목받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전격 발탁하면서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한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무자녀 캣 레이디' 등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를 깎아 먹는 것과 달리 '동네 아재' 이미지의 월즈 후보는 '미친 친화력'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표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 등록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양자 및 다자 가상대결에서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 3~4%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7개 경합주 가운데 6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렸으나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현재 7개 경합주 가운데 5곳(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가 아시아계·흑인 여성을 국가 지도자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은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이날 자체 여론조사 비교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가장 크게 상승한 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을 표명한 유권자였다. 반면 주류 그룹인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미 중도 성향 유권자를 겨냥해 해리스 부통령이 평균적인 미국인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리버럴', '급진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연일 공세를 퍼붇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의 주요 지지그룹인 진보 진영에서는 이슈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이 충분히 진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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