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펼쳐졌는데 왜”… 살려고 뛰어내린 남녀 2명, ‘에어매트’ 뒤집혀 숨졌다

사망한 투숙객 대부분 8~9층 계단 복도 등 발견

유독가스 치명타

8층서 1층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남녀 숨져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모두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호텔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의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이 불로 7명이 숨졌고 다른 투숙객 등 12명이 다쳤다.부천시 제공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39분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한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20~50대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투숙객 대부분은 8~9층 계단과 복도 등에 발견됐다. 남녀 투숙객 2명은 8층 객실에서 호텔 외부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사망했다. 현장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8층 객실 창문으로 투숙객 1명이 뛰어내린 뒤 에어매트 위아래가 뒤집혔다. 다른 1명이 뒤집힌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부천=뉴스1

또 3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중상을 입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다른 투숙객 9명이 경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불이 난 8층 객실에는 투숙객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64개 호실에 27명이 투숙을 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 불 난 8층 객실.부천소방서 제공

이날 불은 호텔 전체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검은 연기가 치솟으며 인명피해가 커졌다. 현재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화재가 발생하기에 앞서 한 투숙객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말과 함께 객실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화재 발생 전, 한 투숙객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방 교체를 요구했다”며 “정확한 시간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7시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오후 11시 기준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천=뉴스1

이어 이 과장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남녀 2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하며 에어매트가 잘못 설치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이들이 뛰어내린 뒤 뒤집힌 걸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또 발화 지점인 8층 객실 내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장은 “해당 호텔은 2003년에 건축이 완료됐다”며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의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불로 7명이 숨졌고 다른 투숙객 등 12명이 다쳤다. 부천시 제공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3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15분 만인 오후 7시57분쯤 대응 2단계로 상향 조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인력 153명과 펌프 차량 등 장비 46대를 동원해 이날 오후 10시26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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