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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클린턴 “나도 아직 트럼프보다 젊다”... 前 대통령들 민주 전대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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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당대회 셋째 날 연사로 무대 올라

“선택지 명확, 트럼프 과소평가 안 돼”

조선일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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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이틀 해보니 어떻나요. 우리가 민주당 당원이라는 게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21일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랐다. 1946년생인 클린턴은 아칸소주 주지사 출신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40대에 대통령에 당선,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을 재임했다.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1946년생인데, 트럼프의 생일이 두 달 더 빠르다. 이틀 전 생일을 맞았다는 클린턴은 “저는 4대에 걸친 가족 중 최고령자인 78세가 됐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갖고 있다는 유일한 허영심은 트럼프보단 아직 젊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령의 트럼프를 저격한 뼈있는 농담을 날린 것이다.

퇴임 후 여러 차례 심장 수술을 받은 클린턴이지만, 이날 약 30분 동안 큰 무리 없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소화했다. “해리스는 진전과 기쁨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우리가 투표해 (해리스를) 데려올 수 있다면 여러분의 자녀, 손자들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했다. 이틀 전 배우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았는데 그가 “힐러리가 엄청난 연설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우자 플로어에 있던 당원, 대의원들이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클린턴은 “전당대회에 오니 내가 사랑하는 바이든과 오바마를 볼 수 있어서 좋고, 민주당의 미래가 될 젊은 리더들을 볼 수 있어 더 좋다”고 했다.

클린턴은 재선 도전을 포기한 바이든에 대해 “스스로 정치권력을 내려놓는 용기를 보여줬다”며 “이런 행동의 중요성을 조지 워싱턴도 알았고 바이든도 알았다”고 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은 8년을 재임한 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임해 마운트 버논으로 낙향했다. ‘4년 중임제’의 초석을 닦은 국부(國父)로 평가받는다. 클린턴은 “바이든이 팬데믹과 경기 불황 와중에 취임했지만, 우리를 치유했고 모든 걸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고도 했다. 그러자 현장에선 “고마워요 조(Thank you, Joe)”란 구호가 반복해서 나왔다.

클린턴은 “대통령 선거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인 대통령을 뽑는 가장 위대한 면접 같은 것”이라며 “헌법은 국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4년마다 원하는 요구사항을 바꿀 수가 있다”고 했다. 이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를 미래로 이끌 것인지 아니면 과거로 퇴행할 것인지, 아이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줄 수 있는지, 우리를 더 단합시킬 리더인지,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줄 것인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다른 사람들도 누리게 해줄지 등을 고려하라”고 했다. 클린턴은 “기회가 여기 있으니 잡으라” “우리에겐 명확한 선택지가 있다”며 해리스를 지지하라고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 도가 텄으니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클린턴의 유머 감각도 빛났다. 이날 “해리스가 대통령이 돼 역대 대통령 중 맥도날드에서 가장 오래 체류한 기록을 깨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리스는 최근 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워드대 재학 시절 맥도날드에서 일한 경험을 공유하며 “동료들 중 일부는 그 월급으로 생계를 책임졌다”고 했다. 반면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시절 조깅을 마친 뒤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이 종종 언론 카메라에 잡혔는데 이는 클린턴의 서민적 면모를 드러내며 부각을 받았다. 이후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 등에서 여러 차례 패러디를 한 적이 있다.

◇ 전·현직 대통령 부부 총출동… 통합의 장 연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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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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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에선 현직인 바이든과 그 가족은 물론, 전직인 클린턴·오바마 부부가 모두 무대 위에 올라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100번째 생일을 바라보는 고령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손자 제이슨을 참석시켰고, 고(故)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외손자로 캐럴라인의 아들인 잭 슐로스버그도 나왔다. 제이슨은 “할아버지의 몸은 허약할 수 있지만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해리스에 투표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카터는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 중 하나인 애틀랜타에 거주 중이다.

[시카고=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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