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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사설] 만연한 딥페이크 성범죄, 당국이 심각성 인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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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알라딘은 지난 5월 한 고등학생에게 시스템을 해킹당해 전자책 72만권이 유출됐으며 이 가운데 5천권이 텔레그램에 유포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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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를 중심으로 특정인의 얼굴과 나체 사진을 합성하는 불법합성물(딥페이크)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누구든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수사당국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겨레 취재를 보면, 텔레그램 채널에서 여성들의 에스엔에스(SNS)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불법합성물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00여명이 참여하는 한 채널의 경우, 전국 70개 대학의 개별 대화방을 열어 지인 신상을 확보하고 불법합성물을 제작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이뤄졌다. 특정인 사진을 전송하면 5~7초 만에 불법합성물을 만들어주는 텔레그램방도 활성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작부터 유포까지, 너무나 쉽게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다. 미성년자인 중고생을 대상으로 삼은 텔레그램 채널에도 2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보안 수준이 높아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쉬운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텔레그램 서버가 국외에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서울대 불법합성물 유포 사건’에서 시민활동가가 ‘위장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한 것을 보면, 그동안 수사기관이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가해자를 찾아나서야 하는 ‘끔찍한’ 상황을 이어가야 하는가. 수사기관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 규모는 커지고 가해자들은 죄책감도 없이 성범죄에 가담하는 형국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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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허점과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상 불법합성물을 단순 소지하거나 시청한 경우엔 처벌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불법합성물을 제작했더라도 고의로 유포할 목적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무혐의로 풀려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극히 드물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불법촬영물보다 현저히 낮은 불법합성물의 양형 기준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허위 영상 제작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2차 가해도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보완 입법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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