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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총리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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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다음주 지나 출마회견

무계파·젊은 정치는 강점

환경상 시절 발언은 변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통상 여당 총재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총리 도전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출마 의지를 피력한 인물만 현재 10여명으로 난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일본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일본 TBS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주변 의원들에게 총재 선거 입후보 의사를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이미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은 확보했고, 다음 주 지나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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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사진출처=고이즈미 신지로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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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지원을 표명한 의원들과 연일 회동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 관계자는 "추천인 정족수는 이미 충족했으며, 지원을 표명해주는 의원은 모든 계파에서 골고루 40명 이상 확보했다"고 TBS에 전했다. 정계 모임에 참여한 한 의원은 "그가 (모인 자리에서)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총재 선거에 내걸 정책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일본의 제87~89대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차남이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고이즈미 총리 아들'이라는 이름표와 배우로 활동하는 형 덕분에 높은 인지도를 쌓았고, 이후 2019년 제2차 아베 정권에서 우리나라 환경부 장관 격인 환경상으로 처음 입각했다. 환경상을 지낼 당시 국제연합(UN)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일본 대표로 참여해 "기후변화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모호한 말을 남겨 자질 부족 논란이 일었다. 이 일로 우리나라에는 고이즈미 신지로라는 본명보다 '펀쿨섹좌'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일본에서도 이 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발전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차기 총리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위에 올라설 정도로 지지율이 높다. 이달 3~4일 JNN이 전국 남녀 23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내부에서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1위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23.1%), 2위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14.5%), 3위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7.1%)이 차지했다. JNN은 "지난 5월 이후 순위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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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에서 음료수를 식히기 위한 얼음 나르기에 동참하고 있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사진출처=고이즈미 신지로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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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의 비자금 사건으로 당 분위기가 침체한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인지도와 함께 젊은 이미지로 쇄신을 호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비자금 스캔들로 자민당 주요 파벌이 해체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 계파 소속이 아니라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무계파 의원 중 수장 격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가까운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스가 전 총리는 이미 고이즈미를 지지할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그가 '선거의 얼굴'로 불리는 만큼 자민당 내에서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스가 전 총리도 지원할 의향인 만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출마는 총리 선거 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펀쿨섹좌'라는 별명은 계속해서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당내에서는 그가 요직을 맡은 경험이 적다는 점과 환경상 시절의 발언으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불안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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