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목멱칼럼]전시산업이 살아야 수출이 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율 킨텍스 대표이사

[이재율 킨텍스 대표이사]올 6월 열린 식품산업 전시회 ‘서울푸드’는 나흘간 약 2억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성사했다. 올해 전체 수출 목표치(100억달러)의 2%에 해당하는 적잖은 규모다. 지난해 대비 15% 이상 많은 52개국 1605개 기업이 출품하면서 외형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올 3월 열린 ‘경기국제보트쇼’는 사흘간 국내외에서 6만 2000명이 방문, 총 1316억 원의 비즈니스 상담 성과를 올리며 산업 전시회 흥행의 신호탄을 쐈다. 한 달 뒤 열린 세계 4대 생산제조기술 전시회 ‘심토스’는 닷새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66개국에서 5000여 명이 넘는 해외 바이어를 끌어모으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데일리

이재율 킨텍스 대표이사


수출 지표도 청신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3.9% 증가한 574억 9000만 달러, 수입은 10.5% 증가한 538억 8000만 달러로 전체 무역수지가 36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열 달 연속 ‘흑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목표 수출액 7000억달러에도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수출 경쟁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전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국가별 수출액 순위에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반면 판로 개척, 수출 증진의 최일선에 있는 전시산업의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65위로 한참 뒤처진다. 수출액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6위), 프랑스(10위)와도 대비되는 초라한 성적표다.

한국보다 수출액이 많은 중국, 독일은 상위 20위 안에 드는 대형 전시장만 각각 8개, 4개에 달한다. 중국은 국내 17개 전시장을 모두 합친 규모(33만㎡)와 비슷한 30만㎡가 넘는 대형 전시장만 4개를 갖췄다. 수출 강국들이 전시산업을 판로 개척, 수출 증진을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미 충분해 보이는 인프라를 갖추고도 대형 전시장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형 전시장만 늘려서도 안 될 일이다. 무분별한 전시장 건립은 내부 출혈 경쟁만 부추기는 ‘악수’(惡手)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시장 규모가 늘어난 만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시설을 굴릴 마케팅·운영 능력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고민해 봐야 할 점은 우리 전시산업의 영토를 넓히는 일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전시회를 해외에서 개최하고 국내 전시장 운영사가 해외 전시장을 운영하는 식으로 전시산업 자체를 수출 산업화하자는 것이다. 산업 영토를 해외로 넓히는 과정에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차곡차곡 쌓일 노하우는 국내 전시회의 국제화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때마침 킨텍스가 서남아의 중심 인도에 야쇼부미 전시장 20년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오는 11월엔 서남아 최대 전시장인 야쇼부미에서 첫 주최 산업 전시회인 ‘한국종합산업대전’(KoIndex) 개최도 앞두고 있다.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이어 산업 전시회가 흥행에 성공하고, 수출 지표가 호조를 이어가는 지금이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최적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