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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기고] 도브리덴(안녕하세요) 체코, 100년 친구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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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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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되면서 두코바니 5호기를 비롯한 원전 건설 사업 수주 협상을 단독으로 하게 됐다. 내년 3월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UAE(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수주 16년 만에 우리 기술로 만든 원자력발전소가 해외로 진출하는 경사를 맞게 된다.

최종 계약이 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원전산업계의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다. 폴란드와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의 원전 건설 추가 수주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선진국의 원조를 받던 우리가 다른 나라의 전력 생산을 도울 수 있는 나라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에너지 생산은 국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일 뿐 아니라 명운을 좌우한다. 우리 기술로 만든 APR1000 노형이 해외에 진출해 전기 에너지의 혜택을 두루 펼치게 된 일은 가슴 벅차다. 해외에서도 원자력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게 된 것도 뜻깊은 일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은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드라마였다. 올해 초 체코 정부가 갑자기 원전 건설 규모를 1기에서 4기로 늘렸을 때나, 7월 초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75% 대 대한민국 25%’로 프랑스가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전면광고는 입술을 바짝 마르게 했다. 75%와 25%라는 큰 격차의 이유는 EU 국가인 프랑스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었다.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EU의 강국이라 초조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준비된 한수원,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하는 한수원, 최적의 파트너’라는 전략으로 수주 활동을 펼쳤다.

결국 대한민국이 체코의 선택을 받았지만, 그 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진땀이 난다. 우리가 고대하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천군만마(千軍萬馬)와 같은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원자력사업은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 모두의 성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이 뒷심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속된 노력이 마음을 움직인 점이다. 한수원은 8년 전부터 체코 현지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해 왔다.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며 소통했고,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APR1000 노형의 유럽 인증도 취득했다. 이는 원전 건설 지역인 체코 트레비치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와닿았다. 이곳 주민들은 ‘8년간 지역과 함께해 온 한국수력원자력과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로 화답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건설 역량과 사업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국내와 UAE 등에서 성공적으로 원전을 건설해 온 성과가 어떠한 말보다 설득력을 발휘했다.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하라.’ 신화를 넘어 핏속에 흐르는 DNA처럼 홍익인간은 우리의 도덕과 사상적 전통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며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 체코 원전사업 최종 계약을 성사하기까지 빈틈없이 대응하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나아가 체코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100년을 함께할 친구가 되고 싶다. ‘도브리덴(체코어로 안녕하세요),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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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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