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둘 중 하나는 거짓말"…마약수사 청문회, '용산' 개입 진실공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개최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용산 개입설'을 두고 여야와 증인들 간의 평행선이 이어졌다.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은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으로부터 '용산이 수사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고, 김 전 서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위원들도 각각 김 전 서장과 백 경정 측에 서서 진실공방을 거듭했다.

백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2과장)은 20일 열린 행안위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 20일 김찬수 전 서장과의 통화 내용을 정확히 말해달라'는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의 질의를 받고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때는 김 서장님이 저를 애틋하게 생각해서 충고하는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서장은 "안 했다", "전혀 안 했다"라고 부정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증언이 엇갈리는 진실공방이 펼쳐진 것이다.

백 경정은 '김 전 서장이 용산 언급을 분명히 말했나'라고 묻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의 질문에도 "맞다"며 "사건을 수사하다가 뜬금없이 용산 이야기를 전화로 들었는데 그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인가"라고 용산 개입에 의한 수사외압 의혹을 명확히 제기했다.

이어 백 경정은 김 전 서장을 겨냥 "본인이 (수사팀을) 꾸리라고 지시했고 본인이 명령을 하달했고 제가 그걸 현장에서 수행했는데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제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본인이 진두지휘했던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이유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라고도 했다.

김 전 서장은 "백 경정이 칼을 꽂았느니 말하는데 제가 이 사건에 대해 사심이 있고 외압을 받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올 이유도 없다"며 외압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수사와 관련 용산과) 사소한 연락이라도 한 적 있는가" 묻자 "제 직을 걸고 말한다. 분명히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청문회 내내 두 증인의 증언 간 평행선이 이어지면서, 의원들은 "둘 중 한 분이 위증을 하고 있다"(한병도), "여기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윤건영)라고 성토했다.

다만 야당 측은 백 경정의 증언에, 여당 측은 김 전 서장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여기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범인이다. 맞나"라고 묻자, 김 전 서장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서도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김 전 서장으로부터 '이 사건을 용산이 잘 알고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직후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김 전 서장의 용산 언급 발언 여부가 '용산 개입에 의한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여야는 김 전 서장의 '용산 언급' 직후 이뤄졌다는 브리핑 철회·연기 지시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야당 측은 백 경정의 진술과 전후 상황을 돌이켜볼 때 용산 등에 의한 외압으로 인해 수사 관련 언론브리핑이 급하게 취소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반면 여당 측은 "조금 더 진전된 수사 후에 브리핑하도록 제안했다"는 김 전 서장의 증언에 따라 '백 경정이 계획한 브리핑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역공을 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구분을 잘해야 된다. 김 전 서장은 브리핑을 중단하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요건을 갖추고 난 다음에 브리핑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연기를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백 경정은 외압으로 해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보도자료가 연기되면서 차곡차곡 세관 연루 사실이 하나씩, 둘씩 빠진 것 아닌가" 되물었다. 같은 당 채현일 의원도 "경찰청장에게 수사 성과를 직보하고 칭찬까지 받았던 김 전 서장이 돌연 용산을 언급하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며 "관세청은 수사 담당자를 직접 찾아 오고 수차례 전화까지 하면서 브리핑과 보도자료 방향을 바꾸려 했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하는 경찰의 형사사법 절차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 전 서장은 당시 백 경정에게 브리핑 연기를 지시한 이유와 관련 △세관 연루 관련 내용이 마약사범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세관 압수수색 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시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설명했다. "어느 지휘관이 브리핑한 다음에 압수수색을 하느냐"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백 경정은 압색 전 브리핑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 보도자료에 세관 얘기는 단 1도 없다. 그 정도로 제가 허술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말레이시아 조직만 브리핑을 하고 그 이후에 세관은 자연스럽게 이어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세관 연루 의혹과 관련 '마약범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했다'는 김 전 서장의 지적에 관해서도 해당 진술을 통해 당시 27.8킬로그램 규모의 마약을 압수하는 등 진술의 구체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프레시안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이 신문에 답하는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