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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의정갈등 6개월…전공의 빈자리 여전, 정부는 의료개혁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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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추가모집까지 했지만, 대부분 전공의 끝내 복귀 거부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PA 간호사 확대·진료면허 검토' 등 개혁 속도

의대생 동맹휴학 등으로 의사수급 차질 전망…"환자들 생각해서라도 타협해야"

연합뉴스

전공의들은 어디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벌어진 의정 갈등이 20일로 꼭 6개월째를 맞았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2천명 증원을 추진했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증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집단 휴학·사직하고 기성세대 의사들도 휴진으로 맞서면서 의료 공백 속 환자들의 신음이 반년째 이어졌다.

정부는 수련 특례를 제공하겠다면서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까지 나섰지만, 의정 갈등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증원 백지화' 등을 외치며 돌아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공백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의대생들도 끝끝내 복귀하지 않아 내년 의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최대한 이들의 복귀를 유도하는 한편 이 기회에 해묵은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료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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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언제까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수련 특례 주며 하반기 추가 모집까지 했지만…전공의 끝내 복귀 거부

2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의대생들과 함께 올해 2월 20일을 '디데이'(D-day)로 잡고 가운을 벗어 던지고는 이날까지 반년째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들로, 수련병원은 전체 인력의 최대 40%가량까지 전공의로 채울 만큼 의료 현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들에게 면허 정지 등 처분을 내리겠다면서 기계적 법 적용을 강조했다가, 전공의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처분 철회와 함께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를 제공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었다.

7월에 한 차례 모집했을 때 전체 대상 7천645명 가운데 104명(1.4%)만 지원했다.

정부가 모집 기간을 연장해 이달 16일까지 '복귀 문'을 열었는데도 지원한 전공의는 21명만 늘었을 뿐이다.

하반기 모집을 통해 돌아올 전공의가 125명인 뿐인 것으로, 그나마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빅5'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지원자가 4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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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기미 없는 전공의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부, 전문의 중심 병원·PA 간호사 확대·진료면허제로 개혁 속도

정부는 지난 반년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기다리기보다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중심으로 병원 인력을 재편해 의료개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 혁신과장은 이날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하면서 전문 인력 중심으로 가려고 한다"며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비중증 진료를 축소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해 진료량을 늘리면서 수익을 낸 구조였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변형할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지금 있는 전문의와 PA 간호사 인력의 업무 재설계를 통해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사의 진료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진료면허(가칭)'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강슬기 의료인력혁신과장은 "의사의 독립 진료 역량과 면허나 독립 진료 자격과 연관성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임상수련 강화와 연계해 진료면허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의사면허가 나오기 때문에 임상 경험이 없어도 곧바로 진료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는 의사면허와 별도로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진료 자격이 주어진다.

강 과장은 "과거에 2011년쯤부터 대한의학회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도 수련 제도와 연계해 진료면허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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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의료공백도 계속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의대생 동맹휴학 등으로 의사수급 차질 전망…"환자들 생각해 타협해야"

의료계 안팎에서는 6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사태로 지금 당장 현장의 의료 공백도 심각하지만, 앞으로의 의사 인력 수급이 더 문제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과 단체 의사 국가시험 접수 거부로 인해 매년 약 3천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의사의 공급이 끊길 것이란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가 마감된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는 총 364명이 원서를 냈다.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천여명에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더한 3천200여명이 응시 대상 인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11.4%가량만 지원한 것이다. 특히 의대생 중에서는 전체의 5%에 불과한 159명만 원서를 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월 대부분의 의대생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에 반대해 휴학계를 제출했기에 반년 동안 정상적인 학사 일정을 전혀 소화할 수 없었다"며 국시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의대 졸업→의사 면허 취득→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전문의 자격 취득'이라는 의사 양성 체계에 공백이 생기면 시스템 전체에 줄줄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당장 내년도에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 과정을 밟기 시작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이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인턴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레지던트는 물론, 이후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생긴다. 군대와 농어촌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신규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추가 국시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의대생의 대규모 복귀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환자와 보건의료 노동자 등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며 의·정간 타협을 요청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가 정부의 '필수 의료'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본다"며 "전공의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의료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전공의들은 그때가 되면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의대생 대량 유급 사태와 학습권 침해, 내년부터의 의사 수급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학 교육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헌신을 갈아 넣어 근근이 6개월을 버텨 왔다"며 의정 양측에 "정부는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 나가고 정책적인 대안들을 내놓아야 하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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