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약 먹이고 기침 횟수와 체온 수치 체크해 보내세요"
"모친상 장례 3일인데 왜 5일이나 자리 비워요? 수업 차질 있잖아요"
2020년 부산 구학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 시절 교실에서 윤미숙 부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칼 맞고 싶냐?", "골프채로 머리 때릴까?", "교사 주제에 어디서 말대답이야", "아이한테 지장이 있으니 선생님은 임신과 결혼 미뤄주세요", "선생님 처녀죠? 애 낳아보면 알 거예요", "선생님 수능 몇등급이었어요?", "우리 아이 학교에서 늦게 오면 학원 지각해요, 청소시키지 마세요"
"하루에 한 번씩 우리 아이 칭찬해주세요", "우리 아이에게 김치 먹여주세요", "선생님 모친상 장례가 3일인데 왜 5일이나 자리를 비워요?", "우리 아이에게 시간 맞춰 약 먹이세요", "몇 시에 기침을 몇 번 했는지, 체온은 얼마인지 체크해서 보내주세요", "아이가 등교할 때 교실 현관으로 마중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세요", "나 변호사인데, 이러면 선생님이 곤란해져요", "아이가 배 아프다고 하니 급식실에 이야기해서 죽 좀 끓여주세요"
위의 내용은 일부 학부모들이 초중고 선생님들에게 하는 민원과 협박이다.
윤미숙(44) 교사노조연맹 제2부위원장 겸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4일 연합뉴스와의 세 차례 인터뷰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에게 상식 밖의 민원과 협박을 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학부모는 교사를 잘못 키운 부모도 책임이 있으니 함께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면 아동학대로 신고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도 학생이 기분 상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선생님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다"면서 "해당 선생님은 경찰서, 교육청, 지자체 등에 끌려다니며 범죄자인 것처럼 수사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성장한 윤 부위원장은 부산교대를 졸업한 뒤 2004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2020년 부산 교사노조 창립위원장에 이어 2021∼2022년 2대 위원장을 맡았다. 작년에는 전국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 겸 대변인, 올해부터 교사노조연맹 정책실장 겸 제2부위원장, 전국초등교사노조 수석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8살 딸의 학부모이기도 한 그는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부산∼서울을 출퇴근하면서 노조 일을 하고 있다.
슬픔에 잠긴 교실 |
<윤 부위원장 인터뷰의 첫 번째 기사 요약>
[삶] "수업중 어려운 수학문제 풀지 마세요, 우리아이 열등감 느껴요"(9월6일 송고)
교사노조연맹은 2017년 12월 창립됐고 7년 만에 조합원이 12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20대, 30대 교사들이 주축이다. 교사노조는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한다. 이념으로 따지자면 우(右)도 아니고 좌(左)도 아닌 중도다. 이런 점 때문에 젊은 교사들이 많이 가입한다.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12차례의 집회가 열렸는데, 이를 주도한 것은 교사노조나 전교조가 아니다. 초등학교 수업자료 공유 인터넷 카페인 '인디스쿨'이 시작했다. 매번 새로운 집행부가 자발적으로 나타나 집회를 준비했다. 집행부는 선생님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집회 비용을 충당했는데, 1∼2시간 만에 마감됐다. 작년 9월 4일 집회에는 30만명이 모였고, 비용은 4억원에 이르렀지만, 후원금은 금방 채워졌다.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수학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풀지 말라고 하고, 받아쓰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틀린 것은 빗금 치지도 말라고 한다. 자기 아이가 상처받거나, 열등감을 느끼고, 기분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반 아이들이 20대 남자 담임 선생님의 얼굴에 여성 비키니 모습을 합성해 조롱했다. 아이들이 사과했으나 그것은 거짓이었다. 아이들은 사과 직후에 "선생님 얼굴 봤냐?. 선생님이 울라고 하더라. 웃음 나오는 것을 참느라 힘들었다"면서 또 조롱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판단해 교보위(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교실 에어컨을 늦게 틀어줬고, 수학여행 때 엄격하게 했다는 게 이유였다.
서이초 사태 이후에도 교권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이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일선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교권이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4%만이 그렇다고 했다.
서이초 사태 이후 조심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선생님을 괴롭힐 수 있구나'라고 엉뚱하게 학습한 사람도 있다. 그동안 몰랐던 선생님 괴롭히는 방법을 알게 됐다면서 그걸 써먹으려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 교육부·교육청·지자체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교권 개선을 위한 정책보다는 자기들 생색내기 정책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사들에게 간담회에 오라고 하고는 교사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교사들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대로 개정하라" |
다음은 이번 2차 인터뷰 기사의 일문일답 내용.
-- 본인 성격은 어떠한가.
▲ 외향적 성향이 강하다. 고교 시절에는 친구들을 좋아했다. 한번은 독서실 간다고 부모님께 말해놓고는 친구들과 그 주변에서 놀았다.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도 사 먹었다. 그러다 퇴근길의 아버지를 맞닥뜨리게 됐고, 놀란 아버지는 왜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잠깐 쉬러 나왔다고 했지만, 그날 아버지께 꾸중을 들었다. 아버지는 "너는 왜 그렇게 친구를 좋아하냐?"라고 말씀하셨다.
--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하나.
▲ 부산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배구를 많이 한다. 학교별 교사 배구 시합도 있다. 처음에 발령받은 부산 동주초등학교는 나의 모교다. 선배 선생님들은 나를 처음 보고는 배구를 잘할 것 같다고 했다. 키가 167㎝로, 여자치곤 큰 편인 데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선배 선생님들이 나한테 배구를 시켜봤는데, 의외로 못하니 실망하는 눈치였다. "이상하다. 왜 그게 안 돼?"라고 했다. 그때 나는 교직에 오래 있으려면 배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학교 밖의 배구 클럽에 들어가 기본기부터 배웠다. 운동신경이 없는데도 꾸준히 연습하니 실력이 늘었다. 이제는 학교에서 배구를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
-- 교사의 사명은 무엇인가.
▲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워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입시에서 교대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하던데.
▲ 인기가 높았을 때는 수능 1등급 학생들이 교대에 들어갔다. 교대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은 4∼5등급도 가능하다고 한다.
-- 교대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 초등 교사들의 급여가 낮다. 교사 초봉은 세금과 연금, 기여금 등을 떼고 나면 연간 2천만원 정도다. 다른 일을 하다 교사가 된 분은 이렇게 급여가 적은 줄 몰랐다고 한다. 학부모의 요구 내용과 교권 침해가 심해져 아이들 지도가 어렵게 된 것도 교대 기피 이유 중 하나다.
-- 학부모들의 요구가 지나친가.
▲ 일부 학부모들은 선생님이 아이 콧물도 닦아주고, 머리도 묶어주고, 물통 뚜껑도 열었다 닫아주기 바란다. 때맞춰 자기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이고, 아이가 기침을 몇 시에 몇 번 했고, 열은 몇 도인지 체크해서 알려달라고 한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하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이 엄마처럼 모든 것을 해주기 바란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
-- 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모욕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많나.
▲ 교사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에게 부모님과 함께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했다. 자기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일이 커지니 이렇게 사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 왜 교사의 부모에게 고통을 주나.
▲ 부모가 자식을 잘못 키웠으니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너무 쉽게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인가.
▲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아이가 교문 앞에서 학교에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학교 앞에는 차가 다니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선생님이 "일어나라"고 하면서 아이의 손을 끌어 일으켰는데, 아이의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결국 그 선생님은 무죄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과 교육청, 지자체 등에 끌려다니며 수사와 조사를 받느라 힘들었다. 신고당하면 선생님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평소에 어떻게 아이를 지도했고, 이번 일은 어떤 상황인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 왜 선생님 본인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나.
▲ 법이 그렇게 돼 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의심만 돼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선생님은 곧바로 직위 해제 상태가 됐다. 직위해제는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었다. 해당 선생님은 신고되는 즉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었고, 학교에 출근할 수 없었다. 급여도 없었다. 작년 서이초 사태 이후 법률이 개정돼 지금은 신고된 것만으로 직위가 해제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부모의 자녀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힘든 일이어서 선생님들은 병가나 연가를 내고 학교를 쉬거나, 다른 반으로 담임을 바꾸기도 한다.
-- 선생님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사를 시작한다는 것인가.
▲ 그렇다. 이건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선생님이 제지하면 법률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얼마 전 교감 선생님이 초등학생한테 폭행당한 영상이 공개됐는데, 이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전주에서 있었던 초등학생의 교감 폭행 장면 |
-- 교감 선생님이 아이한테 어떻게 폭행당했나.
▲ 지난 6월 전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감 선생님을 때린 아이는 정서적으로 약간 어려움이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학교 측이 여러 차례 가정지도를 요청했고,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지만 가정의 협조가 전혀 안 됐다. 그날도 아이는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집에 가기 위해 나섰고, 교감 선생님은 당연히 막아섰다. 아이는 왜 못 가게 하느냐면서 욕설을 하고, 교감 선생님 뺨을 여러 차례 때렸다. 교감 선생님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 왜 맞고만 있었나.
▲ 경찰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현행법상 아이의 손목을 잡으면 아동학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는 무혐의로 나오게 된다. 문제는 그 조사 과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교육청, 지자체 등 여기저기에 끌려가서 범죄자처럼 수사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그냥 참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그냥 두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 그래서 교사 출신의 백승아 의원이 법안을 내놨다. 그런 경우에는 선생님아 아이를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냥 두면 다른 아이를 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내려보낸 생활지도 고시는 아이를 제지하고 분리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 그래서 법안을 만든 것인데, 학생 인권을 주장하는 쪽은 이 법안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했다.
-- 어떤 단체가 반대하나,
▲ 학생 인권법에 찬성하는 민변이나 인권센터, 일부 학부모 단체와 학생 단체들이다. 얼마 전에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간담회에 우리 연맹의 다른 정책실장과 함께 다녀왔다. 인권위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분리 지도'라는 용어가 낙인 효과가 있다면서 인권 친화적 용어를 쓰라고 권장했다.
-- '분리 지도'를 어떤 용어로 바꾸라는 것인가.
▲ 잘못의 뜻이 없는 '개별적 교육지도' 같은 용어를 쓰라는 것이다. 분리 지도라는 용어는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아이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때문에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한다.
-- 국가인권위는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 학생을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 남용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인 듯하다. 인권위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를 제지하고 분리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 미국에서도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등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경찰이 출동해 아이가 10살이어도 제지하고 끌고 간다는 점이다.
2017년 8월 부안의 송경진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체들 |
-- 2017년 전북 부안의 중학교에서 일어난 송경진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 사건도 인권센터와 관련됐다고 하던데.
▲ 당시 반 아이들은 다른 이유로 송 선생님께 불만이 있었다. 어느 날 송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다리를 떨고 있는 한 여학생한테 가서 무릎을 '탁' 치면서 "복 나간다. 떨지 말라"고 했다. 송 선생님은 곧바로 성추행 혐의로 신고당했다.
--무릎을 '탁' 친 것 때문에 성추행으로 신고됐다는 것인가
▲ 반 학생들은 선생님이 여학생 허벅지를 만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들 학생은 2차 진술에서는 원래의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송 선생님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전북 교육청 산하 인권센터는 다른 판단을 했다. 무릎을 친 것은 맞으니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 조사에서 송 선생님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이 조사를 받으면서 누명이 벗겨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좌절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유족들은 현재 어떤 입장인가.
▲ 관련자들의 진정한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소중한 딸을 잃은 아버지의 눈물 |
--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작년 초 광주광역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 2명이 소리를 지르고 멱살을 잡으면서 싸웠다. 말로는 해결이 안 되니 선생님이 제지하려 했다. 그 순간 선생님은 아이들을 뜯어말리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는 학생 중 한쪽의 엄마가 평소에 민원을 많이 제기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뒤에 있던 책상을 넘어트렸고 '꽝' 소리가 났다. 책상이 넘어진 방향은 아이들이 없는 쪽이었다.
-- 책상을 왜 넘어트렸나.
▲ 싸우는 아이들의 주의를 끌어서 싸움을 멈추게 할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은 모두 3천200만원 상당의 소송을 당했다. 학부모는 선생님이 아이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했다. 또 선생님이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훈계했는데, 그것이 과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급의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적극적인 훈육을 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선생님을 돕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 결과는 어떻게 됐나.
▲ 이 고소는 광주지검과 광주고검에서 각각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학부모는 검찰의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광주고법에 검찰의 판단 결과가 옳은지 가려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법원 재판부는 3개월간 검토한 끝에 검찰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민사 소송도 기각됐다.
동료 교사를 잃은 슬픔 |
-- 어떤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막말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고 하던데.
▲ 작년 7월 말에는 강남·서초 지역의 한 초등학교 단톡방에서 학부모들이 막말한 것이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단톡방에서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는 소리 듣는 것 아니에요" 등을 언급했다. 특정 교사에 대해서는 "몸이 안 좋아졌나 봐요. 부검해야 할 텐데", "미친 여자",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왔나"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직업은 뭔가.
▲ 그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다. 부검하겠다는 말은 상황에 따라서는 죽이겠다는 협박이 될 수도 있다.
-- 학부모 민원 중에는 선생님에게 교실 현관문 앞까지 아이를 마중 나오라는 내용도 있는데, 왜 그런 요구를 하나.
▲ 저학년 아이를 현관문에서 반갑게 맞아달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출근하면 교실에서 여러 가지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민원을 하는 것은 자기 아이만 배려해달라는 이기주의적 생각이다.
-- "선생님도 애 낳아보면 알 거예요"라는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애를 안 낳아본 여자가 아이에 대해 뭘 알겠느냐면서 얕잡아보는 것이다. 젊은 여선생님들은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아주 은근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부모도 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
-- 최근 6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100여명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 그런 통계가 있다. 이중 초등교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개인적 우울증인지, 교직으로 인한 것인지는 구분되지 않는다. 다만, 교사의 극단적 선택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한다.
-- 교사들이 단명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교사 사이에 그런 말이 있다. 교직 생활 내내 연금을 부었는데, 그걸 받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워낙 스트레스가 많고, 일이 어렵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 후배 교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나 개인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 그게 연대의 힘이고 우리 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keunyou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