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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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법상 공무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발견하면 그 사실을 출입국관리소 등에 알려야 한다. 이때 교육기관인 유치원·학교나 공공보건 의료기관, 아동보호센터 및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은 예외로 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등록 외국인이 임금 체불 피해 등에 따라 지방고용노동청 조사와 근로감독을 받을 때에도 이 예외가 적용돼야 한다며 시행규칙상 규정을 신설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신분이더라도 권리 구제 절차에서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체류기간이 30일인 단기 체류자격(C-3-9)을 받고 2010년대에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 A씨는 금속가공업체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철근이 빗장뼈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한국어가 서툴고 미등록 체류 상태에서도 산재 피해 신고가 가능하다는 걸 알지 못한 A씨는 약물치료만 받으며 일하다가 결국 회사를 퇴사했다. 이때 퇴직금과 남은 임금을 한 달이 지나도 받지 못하자, 이주노동자 지원 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조사를 위해 지청에 출석했으나, 사업주가 “노동자가 자신을 협박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조사를 받고 나오던 A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체류 기간이 지난 것이 확인되자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법률상 통보 의무에 따라 A씨를 출입국사무소에 인계했다.
한 이주노동자 지원센터는 A씨를 대신해 “피해자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이지만 노동관계법령 위반행위로 피해를 봐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며 “권리 구제 절차에서 방어권이 침해되어선 안 된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출입국사무소가 경찰로부터 A씨를 인계받아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 퇴거 명령서를 발부한 것은 현행 법령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진정 본안을 기각했다.
다만 인권위는 임금체불 등 피해를 입은 사람의 조사 및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직원도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통보해야 할 의무가 적용된다면 노동자의 취약한 상황을 악용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강제 퇴거를 우려해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2012년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공무원의 통보 의무 면제 조항이 신설되기는 했으나,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피해에 대한 권리 구제 업무는 의무 면제 사유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A씨와 같이 권리 구제 과정에서 사업주의 신고로 출입국 및 외국인 관서에 인계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게 됐다”고 짚었다. 이에 인권위는 통보 의무가 면제되는 업무 범위에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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