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다시 뿌리 찾는 프랑스 입양 한인 "엄마 묘소에 성묘라도"

▲ 1990년 여름 상봉한 프랑스 입양 한인 유영자 씨와 그의 가족


"이제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묘소에 찾아가 성묘라도 하고 싶어요."

프랑스 입양 한인 마리 플뢰르 제아넹(한국명 유영자·52) 씨는 오늘(20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팀에 보낸 뿌리찾기 사연에서 "한국의 다른 친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양 기록에 따르면 유 씨는 1972년 6월 15일 경기 이천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유 씨가 어릴 때 친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형편이 어려워진 친모는 그를 데리고 집과 보육원으로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어느 날 유 씨가 집에 있던 달력 속 한 나라를 가리키며 친모에게 "저기 가고 싶어"라고 말했고, 친모는 딸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며 유 씨를 입양 기관에 맡기고 더는 찾지 않았습니다.

이후 유 씨는 1978년 12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돼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했던 유 씨는 1990년 여름 처음 친가족 찾기에 나섰습니다.

대형 항공사에서 일하던 양부는 종종 한국을 방문했고, 홀트아동복지회 측과도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의 친모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서 친가족과의 상봉은 다른 해외 입양인들과 달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유 씨는 그해 여름 친모와 언니, 오빠를 만나 보름 동안 함께 지냈고, 앞으로 서로 연락하면서 지내기로 약속했습니다.

프랑스 입양 한인 유영자 씨의 현재 모습

하지만 유 씨와 친가족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던 이들과 연락이 끊기면서 소통이 단절됐습니다.

유 씨는 "친가족과 만나 입양과정과 당시 상황을 모두 알게 됐다"며 "더 궁금한 게 없었고, 현재 삶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유 씨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한국 가족에 대해 궁금해하자 친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지난해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친가족에 관한 추가 정보를 얻지 못했고, 친모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만 접했습니다.

유 씨는 "한국 입양법상 당사자는 친부모만 찾을 수 있고, 부모가 모두 사망했더라도 형제들을 찾을 수 없다"며 "30여 년 전에 만나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는 언니와 오빠를 만나거나 찾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팀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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