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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독도함 갑판을 활주로 삼아…고정익 무인기 첫 이륙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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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익 무인기 독도함 이륙 전투실험


"오, 사, 삼, 이, 일. 무인기 이함(離艦)"

카운트다운 신호에 맞춰 대형 무인기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함정 갑판 활주로를 달렸습니다.

90m쯤 지나 바퀴가 뜨더니 하늘로 가볍게 날아올랐습니다.

일견 항공모함처럼 보이는 이곳은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 비행갑판으로 고정익 무인기가 해군 함정에서 처음 이륙한 순간입니다.

이륙에 성공하자 독도함 관제소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해군은 12일 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 시제기를 독도함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갑판 아래 항공기 격납고에서 대기 중이던 모하비는 평소 블랙호크(UH-60) 헬기가 오르내리는 독도함 항공기 승강기에 올랐습니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아토믹스가 개발하고 있는 모하비는 날개 16m, 길이 9m, 높이 3m 크기로, 독도함 승강기 규격에 겨우 맞았습니다.

승강기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 머리에 뿔처럼 달린 풍향속계는 갑판에 오른 뒤에야 조립했습니다.

모하비는 이륙 후 독도함 좌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크게 한 바퀴 돌아 5분 뒤 함미에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모하비는 랜딩기어를 내린 채 속도를 50∼70노트(시속 약 93∼129㎞)로 낮춰 독도함을 근접 비행하며 지나쳤습니다.

모하비는 다시 하늘로 사라지더니 5분 뒤 함미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속도를 100노트(시속 185㎞)로 높여 빠르게 독도함 옆을 스쳐 갔습니다.

이는 착륙 연습 비행으로, 폭이 좁은 독도함 비행갑판에 착륙이 어려워 실제 착륙 대신 함상 착륙을 모사하는 비행으로 실험을 대체했다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시야에서 사라진 모하비는 이후로 약 1시간 동안 독도함, 해군항공사령부와 통신을 유지하며 동해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이후 통제권이 독도함에서 해군항공사령부로 전환되고 약 60㎞ 떨어진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했습니다.

모하비는 좌우 날개가 기체에 고정된 고정익 무인기입니다.

고정익 무인기는 속력과 작전반경 측면에서 회전익 무인기보다 전술 능력이 뛰어납니다.

대신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회전익 무인기와 달리 이착륙을 위해 직선 활주로가 필수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간 함정에서 헬기, 회전익 무인기 등 수직 이착륙 기체만 운용해온 해군이 직선으로 활주하는 고정익 무인기를 이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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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실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함정인 독도함에서 이뤄졌습니다.

독도함 비행갑판은 길이 199m, 너비 21m 규모로, 주로 블랙호크 헬기 등이 이착륙하는 공간입니다.

전투실험에 사용된 모하비 시제기는 기존 정찰·공격형 무인기 '그레이 이글'(MQ-1C)을 단거리이착륙기(STOL) 방식으로 개발 중인 것입니다.

활주로 70∼90m에서 이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대 1만피트(약 3㎞) 고도에서 최대 속력 140노트(시속 약 259㎞)로 날 수 있습니다.

이 시제기는 지난해 11월 영국 항공모함에서 이·착함 실험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 결과 분석을 토대로 무인항공전력 조기 확보와 운용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입니다.

관할지역이 넓은 해군 특성상 무인기가 함정에서 즉각 출동하면 지상 출발과 비교해 작전 반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해군은 무인기 임무를 수상 표적 식별·탐지부터 잠수함 탐색용 음파분석장치 운용, 공격 임무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번 전투실험은 중장기적으로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공모함 등 차세대 대형 함정의 무인기 최적화 설계를 준비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됩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경항모 도입과 관련, "무인기의 효용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경항모에서) 무인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까지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해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독도함뿐 아니라 경항모 등 대형 플랫폼에서 무인기 운영을 위한 설계와 건조, 소요 제기 등에 있어 교훈을 도출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이 모하비 도입을 위한 것은 아니며, 모하비를 포함한 다양한 무인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독도함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무인전력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미래 전장환경 변화와 병력감소에 대비해 다양한 무인 전력을 조기에 도입·운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병재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은 "고정익 무인기 운용에 최적화된 함정 형상과 소요 기술을 도출하고, 이를 발전시켜 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 과학기술군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해군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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