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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노트북 너머] 올림픽 유치와 기후위기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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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경기가 진행된 유메노시마 공원에서는 러시아 양궁 대표팀 스베틀라나 곰보에바 선수가 경기를 마친 후 더위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땡볕이 내리쬐는 경기장의 체감온도는 약 40도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온 황선우 수영선수는 셔틀버스 내 심각한 더위 문제를 지적했다. 황 선수는 “버스에 정말 많은 선수가 타다 보니까 사우나 같다”라면서도 “테러 위협 때문인지 창문도 못 열게 안전요원이 테이프를 붙여놨다”라고 토로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기후위기의 현실을 마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파리올림픽에서도 무더위로 인해 선수들이 얼음 조끼를 착용하며 경기를 치르고, 관객들은 경기장 주변 곳곳에 설치된 쿨링포그에 모여들었다. 에어컨 없는 올림픽과 채식 위주의 식단을 표방하며 ‘탄소 발자국 줄이기’를 목표로 한 파리올림픽에서 되레 선수와 관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앞으로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도 ‘기후위기’가 최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의 국제기후연구단체 ‘카본플랜’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대다수 도시에서 2050년에는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40년~2059년 사이 전 세계 대부분 도시에서는 열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를 의미하는 ‘온열지수(WBGT)’가 섭씨 32도를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지수가 32도가 넘으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문제가 될 정도로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불러오게 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7월 20일~8월 11일 서울은 양지와 음지 모두에서 WBGT 27.7도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서울은 여름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오르는 일이 일상이 돼버렸고, 국지성 폭우가 내린 뒤에는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습한 열기가 가득 찬 도시가 됐다. 열대야 일수도 118년 만에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2036 서울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에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은 올림픽 인프라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잠실 올림픽 시설은 현대화를 거쳐 2031년까지 스포츠·마이스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며 “서울은 유치만 하면 거의 100% 흑자 올림픽”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양궁 경기를 하고, 한강 수변을 따라 마라톤 경기를 하는 모습은 매력적인 서울의 자원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쿄와 파리를 거친 무더위가 서울만 비껴갈 지는 모르는 일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올림픽 유치를 일찌감치 선언한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도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이상 기후 속에서 어떤 형태의 올림픽이 치러질지 단언할 수도 없다. 전 세계는 올림픽 유치에도 이미 ‘기후위기의 덫’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이투데이/김채빈 기자 (chaeb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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