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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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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덮쳐 3명 사망, 브레이크 고장 주장한 운전자…국과수 “처음부터 시동 걸려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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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운전자가 차 키 반쯤 돌려 전원 들어오자 시동 걸린

것으로 착각하고 기어 주행으로 바꾸면서 차가 움직인 듯”

3달 전 경북 구미의 한 비탈길에서 차량 한 대가 길을 지나던 사람들을 덮쳐 3명이 숨졌다.

세계일보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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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차에 처음부터 시동이 걸려 있지 않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20일 SBS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 경북 구미의 한 사찰 앞 도로 비탈에 주차돼 있던 SUV 한 대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출발했다.

차량은 갑자기 좌우로 왔다 갔다하며 내려가다 보행자 4명을 치고 도로 옆 개울에 빠진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50대 여성과 60대 남성 부부 등 3명이 숨지고, 50대 여성이 크게 다쳤다.

결혼식을 열흘 앞둔 A 씨는 이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유가족은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빨리 와줄 수 있느냐고 했다"며 "제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엄마도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사고 차량 운전자인 60대 여성은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국과수는 "차량이 애초에 시동이 꺼진 채 내리막을 달린 거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냈다.

사고기록장치, EDR 데이터와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서 엔진 회전이 감지되지 않았고 브레이크등이 꺼지는 모습도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된 것.

경찰은 운전자가 차 키를 반쯤 돌려 전원이 들어오자, 시동이 걸린 걸로 착각하고 기어를 주행으로 바꾸면서 차가 움직인 거로 파악했다.

검찰도 사고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차가 경사로에서 움직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문가와 함께 실험해봤다.

점점 속력이 붙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보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브레이크의 힘을 높여주는 진공 배력장치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땐 주차 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어 주차 브레이크 사용과 함께 주변 지형지물에 부딪히게 운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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