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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당의 노선 따른 덕”… 中 최고 부호 오른 ‘테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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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 모회사 ‘핀둬둬’ 창업주 황정… 3년 연속 1위 지킨 ‘생수왕’ 제쳐

조선일보

황정 핀둬둬 창업자./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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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닫고, 당(黨)의 노선을 따른 덕분.”

1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최고 부호에 오른 황정(黃崢·44) 핀둬둬 창업주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더불어 세계 3대 전자상거래(인터넷 쇼핑) 업체로 꼽히는 핀둬둬를 창업한 황정은 지난 9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처음으로 중국 최고 부호에 올랐다. 핀둬둬는 지난해 말 미국 나스닥에서 알리바바 시가총액을 제쳤고, 미국에서는 아마존·월마트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초저가 상품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테무의 모회사가 핀둬둬다. 황정의 재산 규모는 486억달러(약 65조원)로 평가됐다. 종전 1위는 202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이었다.

중국에서 황정은 ‘정치적으로 가장 안전한 부자’로 평가받는다. 사업 수완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국가 정책의 흐름을 잘 읽은 덕분에 걸림돌 없이 급성장했다는 것이다. 2015년 탄생한 핀둬둬는 알리바바와 징둥이 양분하던 중국 인터넷 쇼핑 시장에 뛰어들면서 틈새 시장인 ‘중소도시와 농촌·저소득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소비력이 낮고 유통망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초저가 상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또한 알리바바와 징둥이 대형 공급상을 적극 발굴·육성한 것과 정반대로 소규모 업체나 농가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가격을 크게 낮췄다. 거래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고 판매자의 광고비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세운 ‘공동 부유’(다 같이 잘살자)의 가치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핀둬둬라는 이름부터가 ‘여럿이 뭉치자’는 뜻이다. 핀둬둬는 “상하이 사람들이 파리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후이(중국 지방 도시) 사람들이 키친타월과 신선한 과일을 구하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또 황정은 누적 기부액 1000억 위안(약 19조원)을 달성하며 과도한 부(富)를 독차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황정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입을 닫은 것이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나 중국 최대 교육기업 신둥팡 창업주 위민훙 등 ‘빅 마우스’(말이 많은 사람)들과 정반대로 은둔 생활을 택했다. 2020·2021년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직에서 잇따라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회사 이사회에 위임하고 2021년 이후 공개 발언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등이 발언도 많이 하고 행보도 적극적인 데 비해 중국 최고 부자들은 조용하다”고 평가했다.

황정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행된 지 2년 뒤인 1980년 항저우의 공장 노동자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2002년 중국 10대 명문대인 저장대학 졸업 후, 2004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2007년 회사를 나와 스마트폰 판매 플랫폼, 마케팅 회사, 게임 회사를 잇따라 창업해 모두 성공시켰다. 막대한 부를 쌓은 황정은 2013년에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은퇴했다가 2년 뒤 핀둬둬를 설립했다.

핀둬둬는 전자상거래 앱에 게임을 접목시켜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사용자가 앱에 접속하는 빈도와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앱 안에 과수원 게임을 넣었다. 이곳에서 친구를 초대해 과일을 기르고, 게임에서 얻은 포인트는 실제 제품 구매에 적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장기 침체, 취업난 등으로 소비가 위축된 사회적 배경도 핀둬둬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코로나로 인터넷 쇼핑에 익숙해지고, 경제난으로 저가 제품 수요가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핀둬둬가 몸집을 불렸다고 분석했다. 핀둬둬의 해외 브랜드인 테무는 한국·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초저가 상품으로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2022년 9월 출시된 테무는 미국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고, 작년 2월에는 30초짜리 수퍼볼(미국 프로풋볼리그 결승전)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수퍼볼 광고의 문구는 “테무 앱을 다운로드하고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였다. 현재 테무의 전 세계 이용자는 4억6700만명으로 아마존(26억5900만명)에 이어 2위다. 미국 인터넷 쇼핑 이용자의 3분의 1이 핀둬둬에서 매달 최소 한 번은 구매하고 있다.

다만 핀둬둬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저가 정책 탓에 적자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고, 중국의 많은 판매자들은 최근 테무가 배송 지연 등에 대해 과도한 벌금을 물린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과 각을 세우는 서방 규제 기관이 핀둬둬에 대한 ‘핀셋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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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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