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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인구위기 대응의 '새로운 판', 구체화 위해 힘 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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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품은목소리㉒]

유재언 가천대학교 ESG센터장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노컷뉴스

유재언 가천대학교 ESG센터장



저출생, 고령화가 유래없이 심각하다. 2024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10대 국가난제 중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가장 심각하고 시급하다는 인식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으로 2024년 7월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발표하고, 여당은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실을 신설하고 초대 수석비서관도 임명했다. 성큼 다가온 인구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추진체계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인구위기 대응 추진체계안

정부가 발표한 인구전략기획부의 구성 및 운영안을 담은 정부조직법(국민의힘 추경호의원 대표발의) 일부개정안을 보면, 저출생 및 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하는 기획 부처의 위상과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수립, 인구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를 전담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중앙행정기관으로 신설한다.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은 인구·사회·문화 정책에 관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총괄·조정하는 사회부총리를 겸임한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및 출범을 총괄 준비하는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실은 지난달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저출생·고령화 대응의 근거 법률이었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도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된다.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개정이 되면, 정책의 범위가 저출생·고령화를 넘어서 인구의 국가 이동 등을 포함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으로 확대된다. 신설되는 인구전략기획부가 저출생 예산 사전심의 권한, 중앙과 지자체의 인구위기대응정책 평가, 환류하는 등 강력한 기획·조정 권한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추진체계가 가져올 변화

지난달 초 정부의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발표 때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적어서 일각에서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일었지만, 이어서 제출된 정부조직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안, 저출생대응수석실 출범을 보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하는 현행 정책과 추진체계가 가지고 있던 다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총괄 기구의 기능이 강화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정책, 예산을 심의, 조정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추진되는 인구전략기획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신설 또는 변경되는 저출생 관련 정책을 협의, 조정하고, 새로 기획된 사업의 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 둘째, 인구정책 수립, 조정, 평가 등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해서 효과성이 검증된 정책을 확대하고,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비효율적이거나 추진실적이 미흡한 정책은 투자우선순위, 예산을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인구정책의 범위가 넓어진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저출산 대책에는 주거 지원, 인구 이동에 관한 조항이 없다. 반면, 인구위기대응기본법에는 안정적인 결혼·출산을 위한 주거, 인구의 국가 간 이동 지원에 관한 조항이 추가되어서 주거와 국외 인구 유입에 관한 시책을 인구정책 차원에서 시행 가능하다. 그 외에 기획재정부 장관 및 차관이 하던 유아교육, 학교폭력, 통합방위, 중앙지방협력회의, 지방자치분관 및 지역균형발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콘텐츠산업, 농어촌지역 개발, 외국인투자 촉진, 사회보장, 아동복지,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 규제특례 등 역할도 인구전략기획부 장관 및 차관이 분담하게 된다.

새로운 추진체계에 대한 염려

인구전략기획부라는 인구 전담 부처의 신설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구전략기획부라는 부처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관 부처의 구체적 정책 및 사업 집행권은 유지한 채 인구정책 기획, 평가, 예산배분·조정 기능만으로는 제한적이라고 비판한다. 부총리급 장관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보다 정책 조정의 책임자는 오히려 격하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새로운 부처를 만들기보다 대통령실에 신설된 저출생수석실이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같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반대 의견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부처별 정책 및 사업은 고유의 목적, 법률 근거, 예산, 전달체계, 인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하나의 인구 부처로 모은다면 전문성도 저하될 수 있고 인구와 관련된 정책이 워낙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어서 통합이 현실적이지도 않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위원장이라는 상징성은 있으나 실제 정책 조정 역할은 장관급 부위원장 이하 사무처에서 해왔기에 인구 및 저출생 정책을 사전에 협의, 조정, 예산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신설 부처가 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저출생수석실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다루는 정책의 범위가 좁고 조직 규모가 작으며, 근무 연속성까지 떨어져서 장기간 행정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어렵기도 하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재정부, 인구정책 TF, 고령사회 대응 정책 추진단에 이르기까지 현행 부처, 위원회, 임시기구만으로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심화되는 저출생·고령화로 입증됐다.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

이제는 비판, 반대보다는 새로운 대응체계가 성공할 수 있게 모두 함께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여야 이견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신속한 처리를 기대한다. 다만, 인구전략기획부에서 소관하는 저출생 관련 정책의 범위, 예산 사전심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 기획재정부의 특별한 사정 등 구체적인 사항까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뿐만 아니라 이민 등 인구구조 변화까지 포괄하는 데 충분한 조직 및 인력의 규모를 갖추고, 인구정책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구위기대응기본법 개정안에 국가 간 이동만 포함되어 있는데, 국내 인구 이동 추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저출생이 가속화되는 주된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가 지목되고, 인구의 자연 감소와 더불어 인구이동의 사회적 감소가 지방소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생 추세 반등이라는 단기 현안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구구조 변화로 파생되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에 대비하고 중장기적인 방향성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부처가 출범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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