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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기자수첩]전기차의 '정해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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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화재까지···. 상황이 안 좋네요."

최근 만난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국내 배터리 셀, 소재 회사들이 일제히 처참한 실적을 발표한 직후였다. 얼리어답터의 구매 종료,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전기차 캐즘'이 실적 부진의 이유다. 기업들은 매출 목표를 내려 잡는가 하면, 투자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엎친 데 덮인 격으로 전기차 화재 사고까지 터졌고 이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더 했다.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나도 모자란 시점에 생긴 대형 악재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대의 도래 시점은 더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는 "정해진 미래"라며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그 근거도 적지 않다. 미국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 유럽은 내연기관 퇴출시한을 2035년으로 설정했다.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의 경우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2024~2028년 연구개발에 2800억유로(418조원), 플랜트 건설에 1300억유로(195조원) 등을 투자하기로 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기록적인 투자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캐즘이라고 불리우기는 하나, 현재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낮지도 않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전년 대비 16.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61.3%, 2023년 33.5%보다 증가율이 꺾이는 것은 맞지만, '10%대 성장률'이 낮은 수준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지금의 전기차 시장은 불확실성 투성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산업과 제품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밀어내는 순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자동차는 마차를,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를, 스마트폰은 피처폰을 빠르게 대체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혔을 무렵, 경쟁에 참전하면 늦다. 고난의 시기에 정교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는 캐즘에서 벗어났을 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관련기업들이 이 고비를 잘 넘기기를 바란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사진=박미리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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