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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엔비디아 대항마 노리는 리벨리온...4조원 가치로 코스피 입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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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버금가는 기술·양산능력 확보 계획

SKT·KT 등 이통사 고객 확보 후 빅테크 '노크'...방산 기업 합류도

삼성증권 대표 주관사 선정, 내년 IPO '대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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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벨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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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의 합병은 빅테크인 엔비디아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덩치를 키우고 우군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엔비디아 생산능력에 문제가 생겨 한국 기업이 AI칩을 공급받지 못해도 대안이 될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생긴 만큼 한국 AI 생태계 자립에도 많은 보탬이 될 전망이다.

◆"생존 위한 시간 얼마 없다"...AI칩 경쟁력 확보 과감한 결단

18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SKT는 향후 2년 정도를 한국이 글로벌 AI칩 시장을 이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이번 본계약 체결에 이어 올해 안에 합병법인을 출범하며 속도전을 펼치기로 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MD·브로드컴·인텔 등 대형 팹리스와 텐스토렌트·그로크 등 북미 AI칩 팹리스가 AI 학습·추론(실행)을 위한 차세대 제품을 속속 선보이는 상황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는 기술·자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이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양사 경영진 사이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리벨리온 고위 관계자는 "한국 AI칩이 엔비디아의 대안이 되려면 △기술력이 최소 엔비디아 수준이 되어야 하고 △빅테크·클라우드 기업이 원하는 만큼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다양한 AI칩 활용 사례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빅테크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CSP)의 요구를 2년 내로 달성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게 회사 측 예측이다. 빅테크와 CSP는 AI칩의 가장 큰 고객이다. 따라서 합병법인은 우선 전 세계 이동통신사를 AI칩 고객으로 확보한 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CSP 기업으로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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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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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삼성전자 이어 육군도 리벨리온 파트너로

SKT는 합병 이후 전략적 투자자(SI)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칩 시장 진출과 경쟁력 향상을 지원한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도 사피온의 주요 주주로서 합병법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T가 주도하는 '글로벌 텔코(통신사) AI 얼라이언스'와 사피온이 공급 계약을 맺은 미국 슈퍼마이크로가 리벨리온의 주요 사업 파트너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리벨리온의 주요 주주인 KT도 자사 데이터센터에 합병법인의 AI칩을 채택하며 지원사격을 할 방침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리벨리온을 AI 방산 사업인 '스트롱 아미(STRONG Army)' 파트너로 낙점한 것도 합병법인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스트롱 아미는 육군 '상태 기반 예측정비(CBM)' 시스템을 국산 AI칩에서 운용함으로써 전차·잠수함·유도미사일 등 첨단 방산 물자의 성능을 개량하는 게 목표다. 미군이 엔비디아 등과 협력해 AI 방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처럼 육군도 리벨리온과 협력해 군의 시스템을 개량하려는 것이다. 육군은 AI칩을 한국에서 설계하고 한국에서 만드는 리벨리온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법인은 우선 올 4분기 설계가 마무리되는 리벨리온의 차세대 AI칩인 '리벨' 출시와 글로벌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리벨은 리벨리온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이 협력해 선보이는 AI칩으로, 국내 AI칩 가운데 최초로 다수의 처리장치를 하나로 묶는 '칩렛' 구조로 설계되어 매개변수 1000억개(100B) 이상 초거대 AI를 단일 칩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4㎚(나노미터·테일러팹) 공정에서 양산되며 올 하반기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8단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D램을 탑재해 국산 AI칩 가운데 가장 우수한 AI 추론 성능과 가장 빠른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면서 엔비디아의 주력 AI칩인 'H100'에 버금가는 추론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지난 7월 개최한 한국 '파운드리&세이프 포럼 2024'에 리벨리온 공동창업자인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기조연설 연사로 초청하며 양사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AI 통합 솔루션'의 국내 첫 고객이다. AI 통합 솔루션이란 삼성전자가 국내외 AI칩 팹리스에 D램·미세공정·첨단패키징(이종 반도체 결합) 등을 턴키(일괄제공)로 공급함으로써 파운드리 고객을 확대하고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려는 경영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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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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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IPO 대표 주관사 선정...목표 기업가치 4조원대

합병법인의 신형 AI칩 연구개발과 양산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기업공개(IPO) 일정은 리벨리온의 계획을 따라갈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은 지난 7월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5년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밟고 있다. 합병법인은 SKT·KT·육군이라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토대로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을 자사 AI칩 고객으로 확보하며 매출·영업이익을 확대해 상장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국내 대표 팹리스로 거듭날 계획이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합병법인은 3조~4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코스닥 대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LG CNS와 함께 내년 기업공개의 양대 '대어'가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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