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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대부업 자본기준 10배 높여, 8000곳중 불법사채 등 4300곳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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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 근절 대책]

당정 ‘불법 사금융 근절대책’ 발표… 법인은 5000만→3억으로 상향

부적격 업체 무더기 퇴출 유도… 미등록대부업→불법사금융업 변경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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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식 대부업체의 가면을 쓰고 영업해 온 불법 사채 조직 등 4300개의 대부업체가 업계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요구하는 성 착취 추심이나 인신매매, 신체 상해, 폭행·협박 등을 기반으로 한 반사회적인 대부 계약은 ‘무효화’된다. 이자는 물론 원금도 돌려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당정협의를 거쳐 국무조정실·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불법 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부업자 자기자본요건 1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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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세 대부업 난립과 불법 영업 등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 대부업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부업자는 금융위 등록과 지자체 등록으로 나뉘는데, 지자체 등록 요건이 느슨하다 보니 불법 사채 조직이 등록해 영업에 나서는 등 악용되기 쉬워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위는 대부업법과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개인업자 1000만 원, 법인 5000만 원이었던 지자체 대부업자 자기자본 요건을 각각 1억 원, 3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대부업자는 등록 후에도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는 7600개로, 해당 기준이 적용될 경우 총 4300여 개가 퇴출된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의 56%이며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까지 포함한 전체 8000여 개의 절반에 해당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업체들의 대부잔액은 1조5000억 원으로 현재 총 대부잔액 13조 원의 11%에 해당한다”며 “대부업 이용자 전체 80만 명 중 5만 명의 이용 규모”라고 말했다.

대부업자 등록 요건 강화가 서민들의 금융 접근 기회를 축소한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지자체 등록 업체로 있다고 한들 불법 업체들이어서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서 최고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이자를 수취하고 있다”며 “등록, 감독을 강화해 개수를 줄이고 질을 높여 시장을 신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자 1명이 자산 100억 원 미만의 다수 지자체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이른바 ‘쪼개기’ 등록사례를 막기 위해 대부업체 대표의 타 대부업체 임직원 겸직도 제한된다. 또 금융당국은 지자체의 내실 있는 감독을 위해 현행 연 1회의 현장 실태 검사와 담당자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 반사회적 불법 대부 계약 원천 무효

금융위는 성 착취 추심 관련 계약을 비롯해 채무자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 등 반사회적 불법 대부 계약에 대해선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 일본의 경우 ‘불법 사채는 위법한 계약이라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2008년 9월에 나오며 불법 사채 근절의 시발점이 됐다. 한국의 경우 아직 대법원 판결이 없기 때문에 현재 검찰이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반사회적 불법 대부 계약에 대해선 원금까지 무효화하도록 법에 명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사회적이라 보기는 어려운 불법 대부 계약의 경우 수취 가능한 이자를 현행 20%에서 6%로 제한하도록 금융당국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사금융업자가 최고금리를 위반하거나 미등록 영업, 정부·금융기관을 사칭했을 시 처벌 기준을 모두 징역 5년, 벌금 2억 원으로 상향한다. 허위로 상호를 내세웠을 땐 현행 600만 원의 과태료를 최대 3000만 원까지 강화한다.

또 불법 사금융업자의 금융 거래도 강력 차단된다. 이체·송금·출금한도를 제한하거나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 전자금융 거래를 3∼5년 제한할 계획이다.

● 대부 중개 사이트 등록 기관도 금융위에서 맡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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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채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온라인 대부 중개 플랫폼도 등록 기관이 현행 지자체에서 금융위로 상향된다. 또 금감원이 직접 감독·검사에 나선다. 대부 중개 플랫폼은 대부업체의 광고를 모아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자와 대부 중개업자가 취득한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해 개인정보 유통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불법 사금융 업체인지 모르고 계약하는 피해가 없도록 금융당국은 등록 없이 대부업을 한다는 명칭의 ‘미등록 대부업자’를 ‘불법 사금융업자’로 바꾸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미등록 대부업자로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선을 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대부 중개 플랫폼에 등록 대부업체 조회 사이트 링크를 게시하도록 유도하고 불법 대부 광고 전화번호에 대한 신고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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