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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기고] 신임 과기부 장관, 과학계 비상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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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기대가 크다. "과학기술계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유 장관의 다짐은 예산이 깎여 어깨가 잔뜩 움츠러든 연구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유 장관은 1998년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할 때에도 한국초전도저온공학회, 한국세라믹회 회장 등 이공계 분야의 요직을 역임하며 뚝심 있고 강단 있는 일 처리로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무기재료 분야 고수로 통한다. 2017년 과기정통부 출범 이후 유영민(정보기술·IT), 최기영(전기공학), 임혜숙(전기컴퓨터공학), 이종호(전자공학) 등 IT 계통 전문가들이 장관을 맡아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상임 장관은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장관(재료공학) 이후 16년 만이다.

새로운 출발은 늘 설렘으로 다가오듯 그에게 거는 현장의 기대가 상당하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혁신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자율적인 연구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신뢰는 돌탑과 같다. 천천히 쌓아 올릴 수밖에 없지만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해 말 언론에 보도된 모 연구원의 '연구비 회식' 논란이 그렇다. 대부분의 연구원에서는 하지 않는 잘못된 사례 하나가 모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의지를 꺾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들이다.

그들의 숭고한 마음을 지켜주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과학기술계는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R&D 예산의 삭감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과학기술 발전의 동력을 잃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문제다. R&D 예산은 반드시 복구해야 한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는 발전 속도와 세계적 흐름이 매우 빠르다. 한번 뒤처지면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며,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의 완성도뿐 아니라 추진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은 국제협력이다. 과학기술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제적인 연구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올해 초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완료했다. 이와 같은 실질적인 접근은 첨단 과학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연대, 즉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도 아주 중요하다.

현재 과학기술은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유 장관이 이끄는 과기정통부가 R&D 예산 삭감으로 상처받은 과학기술계를 치유하고, 과학기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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