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AI 의료기기 ‘닥터눈’ 선제 도입
간단한 망막 촬영으로 심혈관위험 평가···CT 정확도 갖춰
심뇌혈관계 위험인자 보유시 일차예방 힘써야 합병증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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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위험점수가 35점으로 나왔네요. 위험도로 따지면 중간 단계라 제법 잘 관리하고 계신 걸로 보입니다. 그 연세에는 심혈관 위험점수가 50점을 훌쩍 넘는 고위험군 환자도 많거든요. ”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고혈압, 고지혈증에 부정맥까지 생겼다고 하니 도무지 마음이 놓이질 않았거든요. ”
이달 초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외래 진료실.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지 한달 여만에 내원한 서경자(73·가명) 씨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심방 쪽에서 비정상적 전기신호가 생성돼 정상적으로 수축하거나 이완하지 못하면서 심장 리듬이 깨진다. 그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이는데 가슴 뛰는 것에 무감각해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혈압·고지혈증 오래 앓으면 합병증 위험 껑충…눈 속 혈관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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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은지 20년도 넘어 약을 먹는 데 이골이 났다. 몇 달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워도 나이 탓이라고만 여겼는데 심장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니 덜컥 겁이 났다. 그런 마음을 읽은 걸까. 주치의인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서씨에게 안저검사를 권했다. 안구 뒤쪽 내벽에 ‘망막’이라는 얇은 신경조직이 붙어 있는데 간단하게 안저사진을 찍기만 하면 망막질환, 녹내장, 백내장 의심 여부와 함께 심혈관 위험도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안저검사는 서씨처럼 고혈압 유병기간이 매우 긴 환자에게 정기적으로 권유되는 검사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을 이루고 있는 근육과 내피 세포가 손상 받아 망막에 혈액이 고이고 그로 인해 시력장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는 ‘고혈압망막병증’이라고 한다. 고혈압약을 그토록 오래 복용하면서도 안과검사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서씨는 이번 검사를 통해 ‘백내장 의심’ 소견이 확인돼 안과 진료가 의뢰됐다. 자칫 놓칠 뻔한 백내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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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막 촬영 분석해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의료현장에서 본격 처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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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받은 환자에게는 망막 촬영 이미지 원본과 닥터눈이 분석한 혈관 모습이 담긴 검사결과지가 제공된다. 닥터눈 심혈관위험점수와 그에 상응하는 관상동맥석회화지수(CASS)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서씨의 경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내부에 최소한 경미한 정도의 죽상동맥경화 플라크(침전물질)가 있는 상태로, 경도 또는 최소한의 관상동맥 협착이 존재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5년 이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1~5% 수준으로 중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안내와 함께 고위험군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생활 수칙도 제시됐다. 자그마한 동공을 넓히는 산동 과정이 불필요한 데다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촬영부터 AI 분석까지 소요시간이 1분 남짓이라 현장에서 체감하는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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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CT와 동등하게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세브란스병원, 선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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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눈은 국내 5년 추적관찰 코호트 임상시험에서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과 동등한 수준의 심혈관질환 예측력을 입증했다. 임상현장에서 심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 용도로 권장되는 ‘관상동맥석회화지수(CACS·Coronary Artery Calcium Score)’에 기반해 방대한 양의 망막 영상 데이터로 AI 학습과 검증 과정을 거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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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은 올해 1월 상급종합병원 중 최초로 안과에서 닥터눈 처방을 시작했다. 7월부터는 심장혈관병원과 내분비내과에 선제 도입해 처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부터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 등에 이르기까지 중증도가 매우 다양하다” 며 “주위에서 흔히 겪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일종의 심뇌혈관계 합병증인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이 생길 수 있다. 위험인자가 있을 때 운동, 식이요법, 약물요법 등을 통해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차예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심혈관질환 진단 용도로 쓰이던 경동맥 초음파보다 간편하고 정확하면서도 심장 CT가 가진 방사선 노출 문제와 접근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AI 의료기기가 도입돼 고무적”이라며 “중증 치료가 필요하기 전 예방 및 관리 차원에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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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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