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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기림의 날 맞은 베를린‥“소녀상은 모든 성폭력 피해자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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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소녀상 앞에 꽃을 놓아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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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이름)는 이곳에 머무른다!”



14일(현지시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쳤다.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날을 기억하기 위한 기림일 집회엔 250명 가량이 참여했다. 베를린에선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와 일본 여성인권 단체인 ‘베를린 일본 여성 이니셔티브’가 매해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서 기림일 집회를 열었는데, 올해는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방침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고자 소녀상 ‘아리’의 옆을 지켰다.



이날 현장에선 만삭의 일본군 ‘위안부’ 사진으로 알려진 고 박영심 할머니(2008년 별세)와 문필기(2008년 별세) 할머니를 비롯해 중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네덜란드, 동티모르 등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여성 9명의 생애를 증언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발언에 나선 활동가들은 마치 피해자 본인이 직접 말하듯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생존 당시 여성들이 증언했던 일본군에 의한 피해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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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집회 현장. 한국과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네덜란드, 동티모르 등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여성 9명의 생애를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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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말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통보한 미테구와 베를린시를 규탄하며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를 비롯해 28명의 마라톤 연설도 이어졌다. 연설엔 독일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정치인과 연구자를 비롯해 전국 단위 독일 여성단체인 ‘코라지(용기)’, 가브리엘라 독일, 쿠르드 여성위원회, 독일 금속노조 이게메탈(IG-Metall) 회원 등이 나섰다. 여성단체 ‘가브리엘라 독일’의 회원인 필리핀 출신의 캐서린 아본(39)은 “필리핀도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피해의 역사가 있다. 소녀상과 비슷한 상징물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 압력으로 철거되기도 했다”며 “베를린에서 소녀상은 그 자체로 이미 모든 성폭력 피해자를 상징하고 있다. 아리를 철거하고 다른 상징물을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정화 대표는 일본 외무상을 만나 소녀상 철거를 시사했던 베를린 카이 베그너 시장과 더불어 전시 기간 만료라는 절차상 이유를 내세워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는 슈테파니 렘링어 미테구청장을 비판했다. 그는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나 슈테파니 렘링어 미테구청장은 우리에게 단 한번도 우리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이곳 ‘위안부’ 박물관을 찾아와 우리의 활동에 감사함을 표했다”며 “두 정치인에겐 청년 세대의 미래보다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나 후지쓰의 투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독일 언론은 베를린시가 지난 4월 코리아협의회의 ‘위안부’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불허하는 과정에서 카이 베그너 시장이 “일본 정부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영향력을 끼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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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미테구 지회의 집행위원인 아나브 아왈레가 14일(현지시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집회에 참석해 마라톤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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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미테구 지회의 집행위원인 아나브 아왈레는 한겨레에 “독일에선 전시 성폭력 문제가 잘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녀상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시민사회와 지역 정부가 싸우고 있지만, 선출된 권력은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만약) 소녀상이 철거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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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각) 베를린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집회에 끝까지 남은 참여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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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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