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보복공격 일촉즉발 상황서
親이란 무장세력이 軍기지 등 공격
바이든 “휴전협상 점점 어려워져”
13일(현지 시간) 하마스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얼굴 포스터. 포스터에는 ‘위대한 사람을 잃으면 다른 위대한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적혀있다. Getty Images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무장세력이 13일(현지 시간) 일제히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 추정 공격으로 숨진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다. 이란이 “하니야 암살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이 이란을 대신해 이스라엘을 공격한 모양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스라엘 또한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거론하는 등 ‘세계의 화약고’ 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중동 정세를 진정시키고자 13일부터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동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순방을 연기했다.
● 하마스·헤즈볼라 이스라엘 동시 공격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은 이날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일대에 ‘M90’ 로켓 2발을 발사했다. 하마스가 텔아비브를 공격한 것은 올 5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군 또한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중부 해상에 떨어졌다”며 하마스의 공격을 시인했다.
헤즈볼라 또한 같은 날 이스라엘 북부 메론 군사기지, 레바논 내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크파르초우바 언덕 및 잘 알데이르 등을 목표로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최소 15발의 로켓이 레바논에서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두 공격에 따른 사상자는 없었다고 했다.
연이은 공격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인사를 중심으로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바논 국경지대 방어를 책임지는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도 “헤즈볼라에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헤즈볼라 같은 이란의 강력한 대리 조직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들어간다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발발은 물론이고 미국 또한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이란과 싸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어려워진 이-하마스 휴전 협상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로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 역시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이뤄지면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협상 타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실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말 양측의 비공개 휴전협상 문건을 입수한 결과, 이스라엘이 5월 말 협상 때보다 새로운 요구를 많이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리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외부의 적’ 하마스, 이란 등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미국은 벤그비르 장관이 13일 동예루살렘의 종교 분쟁지 ‘성전산’을 방문한 것 역시 이슬람권을 자극하고 충돌을 유발해 휴전 협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벤그비르 장관의 행태를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협상을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순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