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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기자의 시각] 금투세는 개미에게 손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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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의와 관련해 최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주식시장에 5억원의 현금을 동원해서 투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소수만 내는 세금이니 다수 개미들에게는 손해가 없다는 뜻으로,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를 옹호할 때마다 펼치는 논리와 동일하다. 이만큼 민주당스러운 주장을 달리 찾기도 힘들다.

민주당식 세계관에는 ‘핀셋 정책’이 가능하다는 믿음 또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특정 타깃에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가능하고, 강남·고소득층·대주주를 잡는 정책을 펼치면 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현실은 모든 게 상호 연관돼 있지만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 인사들은 자주 무시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강남 부동산’을 적폐로 몰면서 무주택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27번의 부동산 규제로 핀셋 정책이란 불가능하다는 학습을 전국민이 해버린 탓이다. 강남을 옥죄자 ‘풍선 효과’가 발생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오르더니, 결국 전국이 다 올라버렸다. 집값이 하도 올라 부자만 낼 거라는 종부세를 2022년 기준 서울에서만 57만5081명이 냈다. 납부자들 가족들까지 고려하면 200만명가량이 직접 영향권이었던 셈이다. 무주택자도, 유주택자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이를 갈았다.

민주당이 최근의 금투세 폐지를 놓고 개미들에게 “큰손들만 낼 거라 상관없다”는 해명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게 이때의 경험 때문이다. “종부세는 부자만 내는데 일반 서민과는 무슨 상관이냐”는 논리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 경험으로 논박된 것이다. “금투세는 소수만 내지만, 이 세금으로 큰손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면 피해가 개미들에게 온다”는 주장이 개미들에게는 더 와닿는다.

운동권 주류 출신이 아닌 이재명 전 대표는 다른 민주당 구성원들과 비교해 이 문제를 제법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부담을 면제하고, 금투세도 과세 대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선을 나가야 하는 입장이니 서울 유주택자와 1400만명의 주식 투자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부분적인 손질로는 그가 원하는 정치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종부세와 금투세에 대해 다수가 품고 있는 반감은 하루 이틀 쌓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확실한 폐지를 약속한 국민의힘과 비교해 부족해 보인다. ‘이재명이 강경파인 진성준을 설득시키는 모양새로 중도층을 품는다’는 구상이라면, 그건 민주당만의 생각일 뿐이다. 이 전 대표가 수권 능력을 입증하려면 문제적 세금을 찔끔 손보기보다는,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당대표 연임 직후 지난 대선 때 하려다 못한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사과’를 한다면 그나마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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