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종교 성지' 알아크사 방문에 "강력 반대"…美 등 15일 휴전협상 재개 촉구
블링컨 미 국무장관 |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동 상황이 확전 기로에 선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직 각료가 종교적으로 민감한 장소를 찾은 데 대해 "강력 반대"하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이날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이스라엘 명칭 성전산)을 방문해 유대인들이 현지에서 기도할 권리를 주장한 데 대해 "예루살렘의 역사적인 현상을 대담하게 무시한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동시에 유대교, 기독교도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요르단이 이곳 성지 관리권을 갖고 있지만 치안유지 권한은 이스라엘에 있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될 때 종종 분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규정상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기도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는데, 경찰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벤-그비르 장관이 지난 6월 "성전산에서 유대인 기도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가 이스라엘 총리실이 이를 즉각 번복한 일도 있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러한 도발적인 행동들은 휴전 합의를 달성하고 모든 인질 석방을 확보하고 더 넓은 지역 안정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외교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긴장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실은 벤-그비르 장관 행동이 이스라엘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미래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길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이 성명까지 내 가며 벤-그비르 장관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에 반대한 것은 11월 미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중동 상황이 고도로 민감한 시기임을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영토 안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가 암살된 사건에 대한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 8일 이집트, 카타르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오는 15일 휴전 및 인질 협상 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회담은 이집트 카이로 또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수 있다.
이들 중재국은 15일을 사실상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기본 합의 바탕 위에 세부 이행사항에 대한 이견 조율을 종용하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방문하는 벤-그비르 장관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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