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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전기세도 아껴라”...유통사 하반기 키워드는 ‘체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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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임금삭감·희망퇴직 등 비상경영

제휴·기능효율화 통한 비용절감 노력

수익성 강화 위해 제품 양극화 심화될듯

헤럴드경제

# 1. A 유통사는 그동안 직원들이 업무차 이동할 때 택시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택시비 지원을 끊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록 유도하는 사내 공지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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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 유통사는 에너지 비용 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조명을 단계적으로 점등·소등하는 등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냉장 설비에 문을 설치하고 태양광 설치도 확대하고 있다.

유통가에 ‘R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R의 공포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하는 현상이다. 가장 큰 신호는 소비심리 회복의 지연이다. 여기에 소비 채널이 다변화하면서 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각 계열사와 협력을 강화해 경영 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임원은 주말에도 회의를 진행한다. 그룹의 경영 상황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일찌감치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임원 임금을 20% 삭감하고, 각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만 43세 이상 중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계열사인 롯데온 역시 지난 6월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세계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전사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이마트 합병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도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난달 임원들이 참석하는 ‘토요회의’를 시작하며 임원 대상 주 6일제 근무제를 도입했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11번가는 최근 연이은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오는 9월에는 본사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옮길 예정이다. 임대료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사업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도 진행 중이다. SSG닷컴과 G마켓이 CJ그룹과 제휴를 맺고 물류 서비스를 CJ대한통운에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물류비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이마트도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와 매입·물류·마케팅 등 기능을 통합했다. 롯데마트도 슈퍼와 통합 조달 체계를 구축했다.

유통사들이 일제히 비용 절감에 힘을 쏟는 건 그만큼 하반기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악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4% 늘었다. 가처분소득이란 이자와 세금 등을 내고 난 뒤 남은 돈이다. 같은 기간 외식 물가 상승률(3.8%)과 가공식품 상승률(2.2%)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헤럴드경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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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국내 유통업계에는 악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실적은 3404만 8517명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상반기(3525만8765명)의 96.6%까지 회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에서는 돈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행 가기 전후로 소비가 줄어든다”며 “유통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온·오프라인 업계의 출혈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국내 소비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액 중 온라인 구매 비율)은 40%대 중반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은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주요 유통사들, 특히 면세점과 대형마트·온라인 사업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신세계는 2분기 영업이익이 11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감소했다. 백화점은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투자와 비용이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11.2%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390억원으로 작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61억원으로 8.9% 증가했다. 하지만 계열사별 실적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백화점은 영업이익은 9% 줄었다. 마트는 1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커졌다. 롯데온도 적자를 유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영업이익이 64.4%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23% 줄어든 428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의 영업이익은 15.8% 증가했지만, 면세점은 3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도 소비심리 회복이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특별한 반등의 기회는 없다”며 “가뜩이나 소비 위축으로 유통사가 어려운 와중에 티메프 사태까지 터지면서 유통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소비 침체는 단순하게 우리나라 경제 상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최근에 폭락한 주가가 다시 회복되기는 했지만,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당장 미국 대선만 봐도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수출 물량이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소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둔화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효율성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유통사들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저가’와 ‘고급화’ 정책을 병행하면서 제품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민정 교수는 “명품 소비는 경기침체와 큰 관계가 없다”며 “앞으로 소비는 고가 제품 선호와 초저가 제품으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박병국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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