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적용 안 받아 ‘무법지대’
그래픽=양진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한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1시간 동안 과일과 채소가 포함된 음료를 판 두 남녀가 “항암 효과 있는 제품” “부모님 명절 선물로 딱”이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알고 보니 해당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인증도 받지 않은 일반 식품이었다. 또 다른 라이브 방송에서는 “몸 안에 있는 중금속 싹 배출해 준다”며 임상 시험도 진행하지 않은 제품의 효과를 설명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됐다.
연간 3조원대 규모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허위·과장 광고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30분 만에 화장품이 5억원어치 팔리고, 로봇 청소기가 한 시간도 안 돼 10억원어치 팔리는 등 수십억 원이 오가지만, 실시간 방송 특성상 허위이거나 과장된 발언을 사전에 막을 길이 없다. 사실상 라이브 커머스가 허위 광고의 무법 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 쇼호스트 아니어도 가능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하는 주요 기업은 크게 네이버 쇼핑, 카카오 쇼핑, 쿠팡 라이브, 유튜브까지 4곳이다. 라방바 데이터랩에 따르면, 라이브 커머스의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원에서 작년 3조원으로 늘었다. 쿠팡과 네이버는 자체 쇼핑몰에서 판매자로 등록된 사람만 가능하다. 쿠팡의 경우 오픈마켓·로켓배송 판매자로, 네이버쇼핑에선 자신의 상품 100개를 200만원어치 판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카카오쇼핑에서는 판매자가 아니더라도 쇼호스트와 일반인 모두 가능하다.
그래픽=양진경 |
최근에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4600만명이 넘는 유튜브까지 라이브 커머스에 가세했다. 지난 6월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개설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 중 화면에 표시되는 배너를 통해 해당 제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CJ온스타일이나 11번가 등 대형 유통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판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튜버와 유명 인플루언서도 방송에 등장하지만 일반인 셀러도 있다.
그래픽=양진경 |
◇방송법 적용 안 받아 불법·과장 활개
흔히 “TV 홈쇼핑이 진화한 형태가 라이브 커머스”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쇼핑 정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도 있다. TV 홈쇼핑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자체적인 심의 기구를 두고 방송 전 상품의 적정성이나 언어의 표현, 배경 음악 등을 심의해야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의 판매자나 플랫폼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TV 홈쇼핑에서는 근거 없이 ‘최고’ ‘최대’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없고, 제품의 효과에 관해 발언할 때도 임상 시험 결과로 증명된 것만 가능하다.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일주일 발라 봤는데 너무 좋더라” 등의 비전문적인 표현을 해도 제재할 수 없다.
그래픽=양진경 |
라이브 커머스의 성패 여부는 실시간 채팅창에 달려있는 탓에, 일명 ‘바람잡이’를 데려와 허위로 긍정적인 반응을 하도록 하기도 한다. 실제로 카카오톡에는 ‘라이브 커머스 댓글 품앗이방’ ‘라이브 쇼핑 맞찜방(서로 좋아요)’ 제목의 오픈 채팅방이 있다. 한 판매자가 자신의 방송 스케줄을 알리면 다른 판매자들이 실제 고객인 것처럼 호응을 해주기로 사전에 합의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방이었다.
◇선두 주자 중국도 과장 광고 규제는 못 해
라이브 커머스의 선두 주자인 중국 역시 실효성 있는 규제나 법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든 이를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분류하고, 허위 과장 광고 등을 할 경우 플랫폼이 책임지도록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후 대처라는 의견이 많다. 또 쇼호스트 교육 의무화, ‘최저가·최상급’ 등의 표현 금지 내용을 담은 행동 강령을 마련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별로 허위, 과장 광고 행위가 적발되면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방송을 금지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하루에 라이브 방송이 수천 건에 이르고 있어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라이브커머스
온라인 생방송(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 스마트폰에 설치된 유튜브·네이버·카카오·쿠팡 같은 앱을 통해 진행되는 실시간 쇼핑 방송이다. 구매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며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다.
[신지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