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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학대사망' 여고생…가해 신도들 "헌신적으로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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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결박은 보호조치" 주장…검찰 "말 안 듣는다고 묶어"

연합뉴스

교회서 여고생 살해 혐의 50대 신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도와 합창단장 등 3명이 피해자를 헌신적으로 돌봤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살해와 중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도 A(54·여)씨 등의 변호인은 인천지법 형사13부(장우영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교회 합창단장 B(52·여)씨와 또 다른 40대 여성 신도의 변호도 맡았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피해자의 모친은 남편이 교통사고로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사망하자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유전적 정신질환 앓던 피해자는 부친의 사망 충격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합창단을 이끌면서 연 200회 국내외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딱한 사정을 듣고 (A씨 등에게) 피해자를 돌봐주도록 부탁한 것"이라며 "(A씨 등이) 교회 2층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헌신적으로 돌보다가 사망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모친은)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받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병상이 없거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며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정신병원 내 환자 치료가 사회문제가 됐고 여고생이 성폭행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입원 치료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B씨는 피해자를 아끼는 마음에 안부 소식을 가끔 들었을 뿐 공연 준비 등 바쁜 일정으로 세세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구체적인 상태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A씨 등이 (피해자가) 이상 증세를 보일 때 손과 발을 결박한 행위 했던 것을 모두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런 행위는 (피해자가) 심한 발작 증세를 보일 때 더욱 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자해를 하는 피해자에 대응하기 위해 묶었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피고인들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박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해자의 어머니(52)도 출석했다.

A씨 등의 3차 공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은 당일 피해자 어머니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A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17)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C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C양은 계속된 학대로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물도 전혀 섭취할 수 없게 됐으나, A씨 등은 C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반복하면서 강한 결박을 위해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매하기도 했다.

C양 어머니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C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께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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