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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전기차 포비아 확산에 업계 '화들짝'...'K-배터리' 안전성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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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서울시, 민간기업과 손잡고 '초고속·로봇' 전기차 충전기 확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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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주차타워 등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본인의 재산 뿐 아니라 이웃의 재산과 목숨까지 위협하는 대형 사고로 번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국민의 8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주거문화의 특성상 전기차 자체를 공동주택에서 'OUT(퇴출)'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화재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배터리 이력 관리제 등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해 소비자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현대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했지만 민심은 '뚝'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홈페이지에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전기차 13종에 대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데 이어 배터리 이상 징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화재 위험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공개한 배터리 제조사 이력에 따르면 중국산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하곤 전 모델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제품이 장착됐다. KGM과 기아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대차가 정보를 선공개한 만큼 조만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출시 당시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BMW와 테슬라 등만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에 동참하고 있다. 전기차 소유주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마이배터리'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차량에 사용된 배터리 정보를 완성차 업체에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현재 BMW의 경우에는 iX3, 테슬라는 모델 3·Y에 중국산 CATL 배터리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메르세데스 EQ 시리즈, 폭스바겐 ID 시리즈 등에도 중국산 업체의 배터리가 사용된다.

문제는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업계는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위기로 전기차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불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인천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매물이 급증하는 반면 수요는 줄면서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7일간 '내차 팔기 홈 서비스'에 등록된 전기차 접수량은 직전 주(지난달 25~31일) 대비 184% 증가했다. 같은기간 '엔카닷컴'에 접수된 매물 중 화제가 발생한 EQE 모델(EQE V295·EQE SUV X294)도 총 13대로, 적전달(5대)의 2배를 넘어섰다. 매물이 늘면서 전기차 시세도 하락 추세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97%, 1.11% 하락했고,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각각 2.61%, 3.36%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매입가가 낮아지고 시세는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장기화될 여지가 높다"면서 "사태가 심각한 만큼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개해야 업계 전체가 사장되는 최악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배터리 제작에 사활...안전성 강화로 위기 돌파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암감이 커지면서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둔 완성차 업계들은 자체 개발한 배터리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6월 완공한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공장 HLI그린파워에서 제작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자랑하며, 현대차는 이를 통해 주행 거리와 충전 안전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에도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NCM 배터리가 장착된다.

한국GM이 하반기 출시할 중형 전기 SUV '이쿼녹스 EV'에는 LG와 GM의 합작 공장에서 제작한 NCM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 배터리는 내구성과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며, GM은 이를 통해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소형 전기 SUV 'EX30'도 자체 배터리를 사용한다.

한편, 소비자들은 배터리와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은 2026년부터 배터리의 제조사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배터리의 생산과 수명, 재활용 이력 등을 기록하여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환경 보호와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보 공개를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보 공개는 화재 사고 예방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필수적 조치이지만 동시에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한지연, 김정훈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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