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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윤석명 칼럼] 국회 연금특위, OECD 소득대체율 산정방식 공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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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서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7>

40년 가입해야 현재 42%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큼 연금 받을 수 있어
그러나 실제로는 평균 26년 가입하고 있어 실제 소득대체율은 27.3%에 불과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로 이론과 실제 연금수령액 큰 차이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은 42년 일하면 연금 다 받는데 2년 더 일하라는 것
노동시장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연금에 떠넘기는 사생결단식 소득대체율 논쟁은 무의미
낮은 의무납입연령도 소득대체율을 크게 낮추는 요인

아시아투데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근로기간 소득대비 연금액 비율로 정의되는 이론적인 소득대체율(Income replacement)이 연금 논쟁의 중심에 있다. 40년 가입해야, 현재 42%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받을 수 있어서다.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조기 퇴직이 관행이다 보니, 예상 가입기간에 근거한 실제 소득대체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인데도, 50년 뒤의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을 26년 전후로 추정하는 이유다.

26년 가입하면 실제 소득대체율이 27.3%로 낮아지니,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자는 것이다. 대다수 OECD 회원국들은 이론적인 소득대체율과 실제 소득대체율의 괴리가 크지 않다. 유독 우리에게 크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즉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체계와 직무급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더 강조되는 배경이다.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회에서 재정안정방안을 담당한 필자가 자주 했던 말이다. "50년 뒤에도 가입 기간을 26년으로 전망한다는 것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 경제활동 기간이 26년이라는 뜻이다. 100년을 사는데, 26년만 경제활동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나머지 74년을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사회가 지속이 가능하겠나? 100년 산다면 최소 40년은 일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해도 60년을 부양받는다!"

프랑스 연금개혁의 실상은 연금 가입 기간에 있다. 42년 일하면 온전히 연금을 다 받을 수 있었다. 2년 더 일해서 44년을 충족시키라는 것이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내용이다. 벌써 프랑스는 42년은 채우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 연금은 독일의 연금제도가 일본을 거쳐 이식된 것이다. 독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35∼40년에 달한다. 소득대체율 산정 기간이 45년으로 우리보다 5년 더 길다. 5년 더 가입해야 하니, 똑같은 소득대체율이라면 우리가 독일보다 더 높다는 뜻이다. 보험료를 내야 연금 받는 일본의 기초연금(국민연금으로 불림)은 가입 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5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 상황이 이러한데도, 50년 뒤 가입 기간이 26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제하여,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자는 나라가 우리다.

사생결단식 소득대체율 논쟁이 문제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노동시장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연금에 떠넘기고 있어서다. 국제 흐름과는 동떨어져 갈라파고스섬에 갇힌 상태로 논의한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소득대체율이 낮게 산정되는 이유를 연금 자체 문제와 외적 요인으로 구분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100% 소득비례 연금제도로 운영한다. 우리 국민연금에는 매우 강한 소득재분배기능이 있다 보니, 여타 국가들과 똑같을지라도, 중간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은 크게 낮아진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민연금에서 인정하는 소득과 가입자 실제 소득에서의 큰 괴리가 우리 소득대체율을 또다시 크게 낮추고 있어서다.

OECD는 상용근로자 평균임금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산정한다. 2023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인 A값(월 286만원)은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월 421만원)보다 많이 적다. 소득이 낮은 다수의 자영자 때문이다. 고소득 근로자 임금과 국민연금이 인정하는 최고소득(월 590만원)과의 차이도 문제다. 강한 소득재분배 기능과 실제 임금과의 괴리로 인해 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크게 낮아진다. OECD 기준으로 평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31.2%(기초연금 제외), 평균소득의 2배인 고소득자 소득대체율이 18.8%인 이유다.

국제적으로 낮은 의무납입연령도 소득대체율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다. [납입연령을 64세까지 5년 더 연장한다면 소득대체율 13%가 더 늘어나, 전 가입 기간을 충족한 평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은 35.4%에서 39.9%까지 증가한다. (OECD Reviews of Pension Systems : KOREA. 2022. 96쪽)].

총보험료 수입액이 국민연금과 거의 맞먹는 퇴직(연)금은 2021년 기준으로 대상자의 53.3%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작년 OECD 연금 전문가 회의에서 필자와 OECD 앤드류 라일리(Andrew Reilly) 연금 분석관의 문답 내용이다. "어떻게 하면, 덴마크·네덜란드·호주 등처럼 우리 퇴직(연)금이 OECD 소득대체율 산정기준에 포함될 수 있나? .... 대상자 80% 이상에게 퇴직(연)금을 적용한다면, 퇴직(연)금이 한국의 소득대체율에 포함될 수 있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의 한 축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또 기초연금까지 제대로 포함된다면, OECD 기준 소득대체율이 큰 폭으로 오른다. 소득대체율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운영방식을 개선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이, 소득대체율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21대 연금특위에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 올리자고 했다. 그러니 수준 미달이라는 거다.

22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공부한 뒤 소득대체율 논쟁을 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이 낮은 이유를 잘 모르면서 논쟁하다 보니, 한심한 대책들만 거론하고 있어서다. 노동시장 개혁과 분리해서 논의할 경우, 적정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OECD의 산정기준을 잘 공부하면, 낮은 소득대체율을 해결할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하는 것의 시급성을 하루빨리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연금 구조개혁이라서 그렇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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