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87_"확전 긴장감 커지는 이란-이스라엘"
사람들이 테헤란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서 팔레스타인 그룹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2024년 7월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그룹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살해된 후 반이스라엘 집회 중 사람들이 그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이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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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양측의 전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전쟁을 지속하는 이스라엘의 의도를 살펴보고 확전 위기 속 딜레마에 처한 이란과 이스라엘, 주변국들의 향후 대응과 시나리오를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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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강박에 빠진 이스라엘…전면전 여력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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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지난달 31일 이란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인공지능(AI)폭탄을 동원해 암살했다. 이란을 방문한 친이란 세력의 최고지도자를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의중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0월 초 하마스의 기습적인 테러 사건으로 무고한 자국민이 1000명 이상 사망하고 240여 명이 포로로 끌려간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 국민들은 개전 10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격앙된 상태다.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이지만 적어도 하마스 지도부만큼은 궤멸시키겠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인 셈이다. 따라서 확전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최고 암살 대상이었던 하니예를 제거하는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휴전에 대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음에도 하마스와의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번번이 무산시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을 맺고 있는 극우 정치인들이 휴전을 통해 하마스에 생존 기회를 부여하면 연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협상 타결 시 극우파들이 연정을 탈퇴해 내각이 해산되면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총리에서 물러나면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상보다는 전쟁을 지속하는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의 암살이 시기적으로 미묘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침 이란에서는 예상을 깨고 개혁파인 마수두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당선돼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국에서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추격했다.
(예루살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시오니즘 지도자 제프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이란의 어떤 보복 공격이든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08.0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예루살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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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민주당 대통령과 이란 개혁파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협상을 위한 최고의 조합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이 조금이라도 제재에서 벗어나 서방과 관계를 개선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결국 하니예 암살로 이스라엘은 이러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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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선언했지만…"… 확전 부담스러운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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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심화하고 확전이 우려되자 중재와 사태 악화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미국은 유럽과 중동 내 협력국 정부들을 통해 확전 방지를 위한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했으나 이란은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면서 강한 보복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취임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테헤란을 방문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와의 회담에서 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분명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그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 의무로 여겨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지시했다.
문제는 막상 보복을 선언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은 20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이란이 공격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또 이란 역시 전면전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제약으로 작용한다. 40년 넘은 기간 서방의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서 군사강국인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경제난으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자국 군대를 유지함은 물론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의 민병대까지 동시에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도 전면전을 치를 여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는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헤르몬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이란의 공습으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헤르몬 지역의 도로가 손상된 모습. 2024.04.1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헤르몬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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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보복 가능성…헤즈볼라는 와일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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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전문가들은 양측이 제한된 형태의 공격을 주고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이란이 지난 4월과 비슷하게 이스라엘의 주요 목표물을 향해서 드론과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제한적인 공습을 감행하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란 예상이다.
장 연구위원은 "지난 4월의 경우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토를 향해 공격했을 때 전면전 가능성이 35~40%라고 보았다면 지금은 50%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 양측은 내심으로 전면전은 절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약하게 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지난번처럼 출구를 확보한 다음에 국내 여론을 달래는 방식으로 보복을 주고받을 가능성 높아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물론 보복 과정에서 자칫 민간인 피해 등 우발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사태의 와일드카드가 될 전망이다. 보복 수단이 제한된 이란이 직접 나서기보다 헤즈볼라 등 무장 세력을 동원해 보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사령관도 암살하면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이미 예고했다. 전쟁 경험이 풍부한 정예 무장대원이 10만여 명에 이르고 15만기 이상의 로켓과 탄도미사일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를 타격할 능력도 보유한 헤즈볼라는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력이다. 만약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을 동원해 전면 공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로서도 모든 공격을 방어하기란 불가능하다.
성 교수는 "현재 헤즈볼라도, 이란도, 이스라엘도 그리고 미국도 전쟁을 피하고 싶지만 피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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