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환 엄바름국어학원 고3대표 강사/사진제공=엄바름국어학원 |
한마디로 '평가원의 현명한 선택과 극세사 난이도 조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9모 이후 수업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해 줬던 말이 생각난다. "2025수능은 6모와 9모 중간 정도의 난이도로 나올 거야."
이렇게 예상한 이유는 6모만큼 어려우면 연계 학습 무용론이 불만처럼 터져 나올 것이고, 9모만큼 쉽다면 변별력 논란과 더불어 수능 시험의 신뢰성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모의 만점자 표준점수는 148점이고, 9모의 만점자 표준점수는 129점이다. 이번 예상 표준점수가 현재 138점이므로 정확히 중간 정도의 난이도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정리해보자. ①표준점수 150점으로 가장 어려웠다고 평가받은 지난해 수능보다도 쉽게 출제됐다. ②지난해 수능과 지문의 형태·개수가 판박이였다. ③전반적으로 쉬웠지만 킬러 문항이 있던 때보다는 문학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선택과목의 난이도 하락으로 인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④문학의 상대적 난이도 상승의 주범은 '고전 문학'이다. ⑤독서는 오답률 TOP(톱)10에 5문항이 상위권에 포진될 만큼 다른 영역에 비해 여전히 가장 어려운 영역이었지만 지난해 수능이나 6모에 비해 비교적 평이한 출제였다. ⑥선택과목은 이전보다 쉽게 출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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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별 출제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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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독서
정보량이 많거나 난해한 지문은 별로 없었다. 또한 정답의 근거가 제시문에 명시돼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도 풀 수 있는 문항이 많았다. 다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문과 보기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문항들이 있었다. 기술 지문의 7, 8번이 주목할 만하고 그 외에 11번, 12번, 13번, 16번 등도 살펴볼 만한 문항이다. 인문의 7번은 제시문의 여러 견해를 밑줄 내에서만이 아니라 문맥을 통해서도 명확히 이해해야 하고, 선지 확인 시 서술어까지 정확히 봐야 하는 문항이다. 8번은 선지와 보기의 관계를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학생들이 당황할 수도 있는 문항이다.
기술의 11번은 형태는 간단하지만 선지 내용이 문면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 아니라 추론으로 답을 얻어야 했기에 조심해야 될 문항이고, 12번은 제시문의 내용 중 단어만 살짝 바꿔서 틀린 선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이 요구된다. 13번은 보기 내용을 '순확산 과정'으로도, '역확산 과정'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하고, 선지 확인 시 추론 능력도 필요했기에 종합적 사고력을 요한다. 이 밖에도 사회의 16번은 다소 복잡한 정보가 보기에 제시됐고 보기 확인 시 함정이 있어서 제시문의 개념을 정확히 적용해 보기를 이해하지 않으면 헷갈릴 수 있는 문항이다.
나. 문학
킬러 문항이 있던 때보다 문학이 어렵게 출제됐고 그 주범은 '고전 문학'이다. 오답률 TOP15에 속한 6문항 중에서 수필 관련 문항인 27번을 제외한 5문항이 모두 고전 문학이다. 고전 소설의 경우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실린 지문과 판본은 다르지만 내용이 거의 겹치는 부분이 출제돼 연계 체감율이 높았다고 볼 수 있고 지문 자체가 읽기에 까다로운 지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3문항이 출제됐는데 가사 '갑민가'와 더불어 이번 시험에서 이른바 '복병'이 아니었나 싶다. 주목할 문항은 18번, 20번, 21번이다. 18번은 인물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고 있는지 사건 전개 과정을 통해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고, 20번과 21번은 제시문에 명시적으로 답이 제시돼 있음에도 이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없다면 틀리기 쉬운 문항이다. 현대소설은 연계 작품이 아니어서 내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항이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출제돼 오답률이 높지 않았다.
현대 수필에서 27번은 보기에서 말하는 '욕구'의 의미를 작품에 정확히 적용하면 쉽게 풀리지만 정답 선지가 일반적 통념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이뤄져 속된 말로 '낚이는' 학생이 많았을 것이다. 현대시는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전시가는 3문항 중에서 2문항이 오답률 TOP15에 포함될 만큼 어렵게 출제됐다. 주목할 문항은 32번과 34번이다. 두 문항 모두 연계 작품인 '갑민가'의 이해와 분석이 정·오답을 가르는 핵심이라고 본다. 보통 시험지에는 작품에 대한 정보가 보기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시험에서는 그런 구체적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다. 화법과 작문
선택과목에서 2~3문항씩 까다롭게 출제되던 최근 출제 경향에서 벗어나 쉽게 출제된 시험이다. 주목할 문항은 45번 자료 활용 문항이다. 이 문제는 제시된 자료 중에서 'ㄷ'에 잠깐 언급된 '미세 조류'가 연계된 내용인데 단어 수준이어서 연계라고 보기엔 좀 민망함이 있다. 선지의 경우 근거와 결론을 뒤집어 오답을 만들었기 때문에 논리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어렵게 여겼을 것이다.
라. 언어(문법)
화작과 마찬가지로 쉽게 출제된 시험이다. 특히 문법은 항상 2~3문항이 어렵게 출제되던 영역인데 이번에는 한 문항만 들어갔고 오답률 순위도 매우 낮았다. 37번이 바로 그 문항인데 아마도 '단어의 의미' 부분이 자주 다뤄지지 않는 부분인 데다 이를 서술어의 자릿수와 관련해 풀도록 했기 때문에 낯설게 여겨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 외에도 간접 인용 관련 39번 문항이 주목할 만하다.
글/장윤환 엄바름국어학원 고3대표 강사(국대쌤)
중기·벤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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