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0 (화)

인기 치솟는 분상제 아파트…'로또' 논란에 개선 목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단·장항·운정 등 상한제 적용 단지서 잇따라 청약 흥행

저렴한 분양가에 수요 몰렸지만 "제도의 취지 무색" 지적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서는 '래미안 레벤투스' 아파트. 지난 6일 1순위 청약에 2만8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단 71채만 공급했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며 주변보다 5억원 가량 저렴하게 분양시장에 나온 때문이었다.

서울과 인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단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수백대1 수준으로 몰려들자, 분양가상한제가 아파트를 분양받는 특정 개인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주는 제도로 변질된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이뉴스24

'검단아테라자이' 투시도 [사진=GS건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서구 불로동 '검단아테라자이'는 지난 6일 1순위 청약 결과 300가구 모집에 5090건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 17대 1로 같은 지역 제일풍경채 검단Ⅲ(44.5대 1)과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38.5대 1)에 이어 올해 인천에서 3번째로 경쟁률이 높았다.

경기도 고양 장항지구와 파주 운정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5~7일 분양한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 장항 아테라'는 1순위 청약 결과 306가구 모집에 9398건이 접수됐다. 지난달 '제일풍경채 운정'은 평균 경쟁률이 126.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집값이 상승곡선을 이어가면서 수도권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높다.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전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느낀 수요자들이 서울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8월 1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6.3으로 지난해 1월 1주(1월 2일 기준)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공공택지는 분양가 수준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 인기의 근본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용면적 84㎡ 기준 제일풍경채 운정 분양가는 4억7400만~5억3700만원, 검단 아테라자이는 4억9900만~5억6100만원에 책정됐다. 고양 장항 아테라는 5억9672만~6억7629만원으로 시장에 나왔다.

문제는 분양가가 매달 상승하고 있지만 수도권 주택 매수 수요는 오히려 더 뜨거워지면서 분양가상한제에 수요가 더 많은 수요가 쏠리는 '로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서민들에게 낮은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지만 청약 열기를 끌어올리며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시장이 일부 단지에 수요자가 몰리며 과열된 이유는 인근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청약에 당첨되는 순간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분양가가 너무 낮으면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몰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지는 만큼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너무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공급을 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사비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매년 3월과 9월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기준으로 삼지만 민간에서 주로 기준으로 삼는 건설공사비지수보다 상승률이 낮다. 기본형 건축비는 2020년 3월 ㎡당 164만2000원에서 지난 3월 203만8000원으로 24.11% 상승했지만 건설공사비지수는 30.06% 상승했다.

이에 일부 현장에서는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은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공사가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파주운정 3·4블록은 공사비가 너무 올라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며 사업을 포기했고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도 시행사가 사업을 취소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분양가상한제는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 주택 개발로 인한 이익이 분양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건설사와 시행사가 사업 자체를 포기해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뉴스24

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마련된 래미안 레벤투스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모형도를 보고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용역' 발주 전 사전규격공고를 올리며 분양가상한제 개선에 나섰다. 요청서에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가 주택 건설 관련 기준 등을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분양가상한제를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채권 매입 희망가를 높게 제시한 청약 희망자가 차례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채권입찰제'를 시행해 청약 당첨자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주거 복지에 사용하는 방안을 시도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