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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국정원 출신 황인수 진화위 조사국장 ‘색깔론 허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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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2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황인수 조사1국장.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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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출신인 황인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이 “(문재인 정부) 국정원 시절 간첩사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청와대 압력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에 있었던 인사들은 “색깔론으로 진보정권을 흠집내려는 허언”이라며 반박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해 10월5일 조사관 교육 녹취록을 보면, 황 국장은 “2018년 청주시민의회 간첩단 사건에 혐의를 밝히고 수사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수사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 백원우가 국정원 (3차장) 김준환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잘라버리겠다고, 죽여버리겠다고 망언을 해서 수사가 갑자기 스톱됐다”고 했다. 황 국장은 이어 “그때부터 제가 개기기 시작해 말 안듣고 4년을 끌자 마지막에 특수직무유기죄로 다 집어넣겠다고 하는 등 협박을 했고, 나중에는 서울에서 하지 말고 언론에 홍보하지 말라는 등 타협책을 제시해왔다”는 식으로 말했다.



황 국장이 언급한 사건은 2021년 발표된 '충북동지회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청주간첩단)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2021년 5월, 충북 청주시에서 간첩 혐의를 받는 이들이 북한 지령을 받고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에프(F)-35 도입 반대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국정원 등의 수사를 받다가 구속된 사건이다. 2018년 이 수사에 대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준환 국정원 3차장을 통해 수사 중단 압력을 넣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자랑을 한 셈인데, 당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김준환 국정원 3차장 하고는 공식적 상견례 외에는 본 적 없다. 국정원과는 신현수 기조실장을 통해 연락했다”며 황 국장의 발언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준환 전 3차장은 8일 보도된 문화방송(MBC)과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황인수 국장은 얼굴을 알지만 업무상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민정비서관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업무 파트너였다. 나와는 업무 전화하는 관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황 국장의 발언은 진위 여부와 상관 없이 국정원 업무 중 습득한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국정원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8일 한겨레에 “진보정권에 색깔론을 입힘으로써 위원회 조사 결과 전체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김광동 위원장은 유족들에게 가혹하리만치 수사 의뢰를 하였으면서도 조사업무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내용으로 조사관들을 교육한 황인수 조사1국장을 징계하지 않는다면 위원장도 사실상 묵인·동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지난해 10월17일 열린 진실화해위 64차 전체위원회에서 황인수 조사1국장이 1소위원회 회의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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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5일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 넘게 진행된 황 국장의 직원 교육에는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조사1국 조사관 80여명이 참석했는데, 황 국장이 부임 뒤 자청한 첫 교육 자리였다. 불참자는 별도 재교육을 받아야 했다. 간첩 수사 관련 발언은 ‘국정원 출신인 본인이 왜 진실화해위에 왔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무리 세고 큰 권력이 와도 저는 아닌 건 아니라고 한다“며 권력에 맞서 싸워온 투사인 것처럼 말하면서 그는 2007년 1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나고 2009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진도간첩단 조작사건(석달윤 등 간첩조작 의혹사건)이 조작이 아니라고 발언한다.



이후에는 “한겨레신문 덕에 (진실화해위 채용 시험에) 절반 붙었고 나머지 절반은 OOO 덕분에 붙었다”는 맥락 없는 발언도 했다. 앞의 이야기는 본인의 채용 사실을 한겨레가 단독보도하는 바람에 진실화해위에 폐를 끼쳤다는 취지로 보이고, OOO는 신체검사서 없이 최종서류를 제출했는데도 초고속 검진을 해주는 병원을 소개해줬다는 진실화해위 내부 관계자를 지칭한 것이다. 황 국장은 “(본인이) 잘못한 건 이 두 가지 뿐”이라고 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진화위 내부로부터 어떤 협조를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진짜 잘못한 것은 공적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채용이 확정된 뒤 요청을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국정원 대공 수사 3급(대공수사처장)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진실화해위 입사 당시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던 황 국장은 올해 6월과 7월 국회 행정안전위 업무보고에 나와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채 맨얼굴을 드러내라는 의원들의 요구를 끝까지 거절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음은 황인수 국장의 지난해 10월5일 간첩사건 발언 전문.



"그 여러분들 다 아시다시피 황인수가 왜 여기 왔는지 다 아시잖아요. 근데 또 그걸 모르는 분도 있어요. 내가 첫 번째 이제 여기 오게 된 계기는, (저는) 뭔가가 사실과 다르게 흘러갈 때 제가 조금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스스로가. 그게 이제 2018년도에 있었어요. 그때는 퇴직 당시였고 그때도 결국 간첩단 했던 때였습니다. 저기 지금 나오는 청주시민의회라고 저게 이제 2018년에 이제 대충 이제 혐의가 밝혀지고 그래가지고 이제 수사를 하려고 그랬는데. 그래가지고 이삿짐도 다 청주로 옮겼어요. 옮겨놓고 사무실도 다 꾸리고 했는데 갑자기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와요.



그래서 제가 왜 도대체 못하게 하는지 한번 알아봐라. 제가 데리고 있던 직원한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직원이 이제 나름 이제 목포파. 그때 당시는 이제 걔들이 국정원 내에서 실권자였어. 그래서 이제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어. 시켰더니만, 수사 착수한다고 이제 이야기를 했더니 청와대에서 백원우라는 애가 김준환 차장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잘라버리겠다고, 죽여버리겠다고 망언을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그 수사가 갑자기 스톱된 거예요. 그게 이제 어떻게 됐는가 하면 그때 당시에 이제 같이 들은 사람이 2명이 더 있습니다. 수석 보좌관도 있고 제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명이 더 있었어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기 때문에 들은 사람은, 백원우가 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3명입니다.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이거 적어가지고 나중에 이야기할 필요 없잖아요. 그죠? 이거 여러분들이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믿고 말씀드리는 거니까.



근데 제가 그때부터 제가 개기기 시작했어요. 그래 가지고 말 안 듣고 4년을 끕니다. 4년을 끌어 가지고 마지막에 협박을 합니다. 거꾸로. 그 수사 못하게 하면 니네들 특수직무유기죄로 다 잡아 넣겠다. 그러니까 이제 그쪽에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세 가지를 들어달라. 서울에서 하지 말라. 그 다음에 언론에 홍보하지 말라. 그 다음에 경찰하고 같이 해라.



뭔가 하면은 그때 당시에 이제 국정원의 수사권을 없애는 거예요. 그러면 경찰이 잘한다고 이야기해서, 그래서 아무 관련 없는, 어제까지 아무런 개입하지 않았던 경찰한테 그 공을 떠넘기는 거죠. 그래서 경찰하고 같이 하는데 언론에 홍보하지 말라라는 거는 대한민국에 간첩이 있다는 거 국민들이 알아서 뭐 하겠냐, 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다음에 서울에서 하지 마라. 시끄럽다 이거지 지방 가서 해라. 지방 가면 언론에 안 나오니까.



이 세 가지 조건을 제가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가 지고 사건을 했고 이 사건을 이제 그걸 잘 추진해가지고 100여 명에 가까운 직원들 데리고 가서 이제 사건을 해결했죠. 근데 지금 현재도 아직 1심 시작도 안 했을 걸요 그런 상황입니다. 제가 왜 이 말, 사례를 드는가 하면은 아닌 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무리 저는 세다거나, 큰 권력이 와도 저는 말씀드렸지마는, 아닌 건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황인수를 이해할 때는 저 점을 잘 생각해 주시면. 아닌 건 아닌 겁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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