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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노란봉투법, 죄형법정주의 위배…전면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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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차진아 고려대 교수 연구용역 발표

"불법의 합법화-경영권·재산권 침해 우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때문에 노조 불법 행위가 사실상 정당화될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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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우선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을 키웠다. 죄형법정주의는 형벌 법규의 구성요건과 형벌(결과)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다수의 사용자가 노조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하청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진다. 보고서는 "하청 사용자의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쟁의 범위가 느는 것도 문제다. 구조조정 등에 대한 파업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대로 노동쟁의 개념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되면 기존 이익분쟁(노사 간 교섭 사항)뿐 아니라 권리분쟁(사법 권리구제 대상)도 노동 쟁의에 포함된다. 쉽게 말해 임금인상, 근로시간 조정 등은 물론 기존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노조가 사측에 쟁의를 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구조조정, 경영상 해고 등 사용자의 경영권 본질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 재산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고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사용자 손해배상청구는 제한된다. 개정안은 정당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뿐 아니라 '그 밖의 노조 활동'에 대해서도 사용자 손배 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보고서는 '그 밖의 노조 활동'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다. 명확성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사용자 손배 청구 제한 범위가 축소돼 폭력·파괴행위, 정치파업 등 불법 쟁의행위를 포함한 모든 노조 활동에 따른 손배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노조 불법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했다.

민법 취지에 반하는 내용도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불법 쟁의행위 또는 그 밖의 노조 활동에 따른 손배 책임 산정 시 개별 조합원이 손해에 미친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다. 민법에서 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이유는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개정안처럼 노조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민법상 취지에 반한다. 사용자 평등권을 침해할 여지도 있다. 개정안은 노조 불법행위 연대책임 예외는 인정하지만 사용자 불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가 쟁의 등 노조 집단행위에 따른 손실에 대한 개별 조합원 기여도를 입증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용자 손배 청구권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차 교수는 "노조 측에 기울어진 입법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야기해 노사 관계를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노조 불법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하고 노사갈등이 심해져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 등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법안 입법은 전면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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