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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미워도 다시 한 번…삼성전자·하이닉스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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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564人이 뽑은 상반기 포트폴리오
2차전지 ‘손절’…관세 우려 자동차도 ‘불호’


“도통 살 만한 종목이 보이질 않는다.”

한국 증시를 향한 개인 투자자의 성토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산업이 위기론을 마주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 폭탄’ 우려까지 대두돼 증시 전반이 침체된 탓이다.

공포가 증시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눈여겨볼 종목은 있다. 올해는 바이오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등이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부진으로 투자자 속을 썩인 삼성전자의 경우 미워도 다시 한 번 관심을 줄 만하다. 펀드매니저 564명과 함께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 투자법을 살펴봤다.

매경이코노미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CES 2025’ 현장을 방문해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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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확대 1 반도체·바이오

삼성전자, 다시 믿어볼 만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증시를 이끈 반도체 섹터를 향한 기대감은 올해도 유효하다. 여전히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설비 투자가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AI 가속기 필수재로 꼽히는 HBM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AI 가속기 발전에 따라 탑재 요구되는 HBM 수도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목해야 한다는 이가 다수다. 각각 105명의 펀드매니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삼성전자에는 ‘한국 시장을 사자’는 인식이 담겨 있다. 역사적 저점 수준인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 투자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5일 기준 코스피 PBR은 0.87배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도 0.94였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한국 증시 반등의 시간은 올 것이고,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도 덩달아 주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에 관심을 두는 배경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A씨는 “위기론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크게 개선됐고 자사주 매입 등 주가 개선 의지도 분명하다”며 “HBM 성과가 가시화될 시점에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5일 이사회에서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SK하이닉스는 사업 자체로 주목받는다. AI 반도체 시장 핵심인 HBM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한국 증시 상황과 별개로 SK하이닉스에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쏠리는 배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SK하이닉스다. 순매수액만 8609억원에 달한다. 2위를 기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67억원)와 차이가 크다. 증권가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요인으로는 HBM3E 12단 공급 물량 확대와 HBM4 조기 공급을 통한 추가적인 실적 개선 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편입 비중을 확대한 펀드매니저도 상당수다. 특히 한국 바이오의 두 거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편입 비중 확대를 예고한 펀드매니저는 각각 24명, 26명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이은 수주 신기록으로 눈길을 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월 1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유럽 소재 제약사와 14억1011만달러(약 2조747억원) 규모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5조4035억원)의 40% 수준이다.

셀트리온 비중 확대 배경엔 매출 증가 기대감이 자리한다. 셀트리온은 올해 ‘직접판매(직판)’ 전략을 통해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통상 국내 기업은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해외 시장에 의약품을 공급한다. 법과 제도나 보험 시장 유형 등이 달라서다. 다만 파트너사를 통할 경우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각종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셀트리온은 해외 법인을 늘리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직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올해 일부 국가에 추가적인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테오젠 편입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펀드매니저도 28명에 달한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최고 스타다. 정맥주사(IC)를 피하주사(SC)로 바꿔주는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로 대박을 터트렸다. 증권가 기대감도 상당하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알테오젠의 현 주가에는 머크 키트루다SC, 다이이찌산쿄 엔허투SC 등의 가치도 제대로 반영이 돼 있지 않다”며 “올해는 키트루다SC 허가 완료, 임상 개시에 따른 마일스톤 등 국내 바이오텍 가운데 최초로 수천억원 또는 그 이상 의미 있는 현금흐름을 시장에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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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JPMHC)에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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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확대 2 조선·전력기기

네카오·엔터주도 관심

조선업도 올해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섹터다. 종목으로 살펴보면 HD현대미포조선(16명)과 HD현대중공업(21명), 한화오션(11명) 편입 비중 확대를 예고한 펀드매니저가 많다.

조선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데다 일감까지 몰리고 있다. 최근 좋은 분위기는 수주 계획에서도 드러난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상선 수주 목표는 63억달러다. 지난해 수주 성과 대비 13.2% 높다. 수주 목표를 성과보다 높게 제시한 것은 조선업 상승 사이클이 시작된 2021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증권가도 여기에 주목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가 다음해 목표를 낮췄던 패턴을 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2027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상 달성해야 하는 매출 목표(19조원)를 위해 고무적인 해양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HD현대미포조선도 올해 수주 목표를 38억달러로 잡았다. 지난해 수주목표(31억달러) 대비 22.5% 상향한 목표치다.

별도 수주 목표를 밝히지 않은 한화오션을 두고서도 증권가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수주 예상 금액은 약 87억달러라고 제시했다. 지난해 수주액 추정치(약 85억달러)를 소폭 넘어서는 수치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컨테이너, LNG선 수주 기대감과 다이나맥(Dynamac)과의 시너지를 통한 해양플랜트 수주 확대를 기반으로 수주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사이클도 재차 연장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부문도 관심을 모은다. 미국 등 북미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내 전력 수요가 상당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미국 내수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면 두드러지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①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② 장거리 송·배전 설비 수요 확대 ③ 이상 기후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성 해소 등의 이유로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노후 전력 인프라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미국 전력 송전망과 발전소 변압기 중 70%는 설치된 지 25년 이상 지났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편입 비중 확대를 제시한 펀드매니저는 각각 17명, 14명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부문에선 엔터테인먼트·게임 부문이 관심을 끈다. 미국발 관세 폭탄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실적 개선 기대감도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기대 배경에는 주요 아티스트 복귀가 있다.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이다. 멤버 중 가장 늦게 입대한 지민과 정국이 전역하는 2025년 6월 이후로는 BTS 완전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이브 편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펀드매니저는 21명이다. JYP와 크래프톤도 각각 12명, 15명이다.

국내 대표 IT 업체 네이버(69명)와 카카오(12명) 비중 확대를 예고한 펀드매니저도 꽤 있다. 특히 네이버에 관심이 쏠렸다. 광고 부문과 커머스 부문 성장세가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10월 AI 기반 초개인화 쇼핑 ‘네이버플러스스토어’ 베타 서비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별도 앱도 출시할 방침이다. 국내 커머스 업계에선 쿠팡과 네이버의 2강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를 높이는 리포트가 하나둘 나온다. 1월에만 NH투자증권(28만원), 한화투자증권(28만원), 상상인증권(27만원)이 네이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비중 축소 1 자동차·배터리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

반면 펀드매니저가 올 상반기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업종도 눈에 띈다. 완성차 업종이 대표적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정책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차 주식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답한 매니저는 32명이다. 확대(29명) 의견을 밝힌 매니저보다 많다. 기아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15명으로 확대(7명) 대비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도 올해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를 소폭 조정 중이다. 최근 내놓은 전망치에선 합산 영업이익 27조8402억원을 내다봤다. 지난해 9월 추정치 대비 3% 이상 내려간 수치다.

다만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도 있다. 원화 대비 달러 강세인 외환 시장 환경은 자동차 업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병근 LS증권 애널리스트는 “관세로 인한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달러 강세가 이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2차전지 업종 상황은 더 안 좋다.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52명), 삼성SDI(24명), 에코프로비엠(13명), LG화학(12명), 포스코홀딩스(11명) 등 2차전지의 종목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LG에너지솔루션 24명, 삼성SDI 1명, 에코프로비엠 1명, LG화학 4명, 포스코홀딩스 2명에 불과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수요가 둔화하고 메탈 가격이 급락한 탓에 실적이 주저앉은 반면, 주가 부담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암울한 건 올해 영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완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데다, 미국과 유럽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재고가 여전히 쌓여 있다는 점이 국내 2차전지 업체로서는 부담스러운 단면이다. 트럼프 취임 후 IRA와 일종의 보조금 성격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규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비중 축소 2 화장품·금융·통신

“증시 불확실성 직격탄 가능성”

화장품 ‘투톱’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주가 전망도 별로다. 화장품 업종의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뚜렷한 이익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펀드매니저의 상반기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포트폴리오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14명, 13명이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답한 매니저는 4명, LG생활건강 확대 의견을 제시한 매니저는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여전히 중국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가 잇따른다. 증권가도 중국법인 실적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주가 반등이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성과 부진이 심화됐다”며 “중국 외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조가 향후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LG생활건강의 중국법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44%가량”이라며 “중국 소비심리 회복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지만 과거와 달리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프리미엄이 약화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주가를 높인 금융과 통신 업종도 올해는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반기 KB금융(40명), 메리츠금융지주(11명), 하나금융지주(10명), 삼성생명(19명), SK텔레콤(10명) 등 금융주와 통신주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확대를 앞선다. 이들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KB금융 14명, 메리츠금융지주 3명, 하나금융지주 3명, 삼성생명 1명, SK텔레콤 6명에 그친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금융 시장의 불확실한 환경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은행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과 대출 규제 우려가, 증권은 국내 주식 거래대금 부진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보험주 약세는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영향이다.

지난해 금융주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 가능성으로 주가가 순항한 만큼,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 여부가 올해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주는 부정적인 요인이 부각되며 지난해 12월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며 “궁극적으로 올해 금융주 투자 매력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주주환원 정책의 유효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주 역시 지난해 12월 각종 우려가 잇따르며 낙폭을 키웠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는 통신비 인하 등 규제 리스크를 마주했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민생 안정을 위한 통신비 인하 압박이 있었던 탓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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