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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100g도 채 안 되는 두건 쓰면… 뇌에 전기 쏴 식욕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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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

두뇌 피질 자극해 비만 치료

조선일보

뇌 전기 자극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연구 임상시험의 참가자들. 한국전기연구원과 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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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100g도 채 되지 않는 회색 두건을 둘러쓰고 턱 끈을 채우자 머리 앞부분에 저릿한 전기 자극이 느껴졌다. 20분간의 전기 자극이 끝나자 장비와 연결된 컴퓨터에는 뇌 전두엽에 자극이 가해졌다는 뇌 그림이 나타났다. 두뇌 피질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연구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신기영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해 식욕을 줄인 임상 연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 박사 연구팀은 약물을 주사하거나 복용하지 않고 전기 자극만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의 이름은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으로, 두피를 통해 뇌 안쪽으로 불규칙한 전기 자극을 쏘는 것이다. 연구팀은 ‘배외측 전전두엽’의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tRNS 자극이 실제로 식욕을 줄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형진 서울대병원 연구팀과 함께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tRNS를 받은 그룹 30명, 위약(가짜 약)군 30명의 여성 지원자를 대상으로 2주간 2~3일 간격으로 총 6회의 전기 자극을 줬다. tRNS 그룹에는 1회당 20분씩 2mA(밀리암페어)의 작은 전류를 흘려보냈고, 위약군에는 매회 초반에만 전기 자극을 줬다.

연구 결과 tRNS 자극을 받은 그룹이 위약군보다 식욕과 배고픔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신 박사는 “중간에 임상 시험을 포기한 인원을 빼고 tRNS 그룹 29명 중 27명이 식욕이 줄었다고 응답했다”며 “위약군에 식욕이 전반적으로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스트레스, 우울, 불안, 기쁨 등 감정을 처리하거나 완화하려고 음식을 먹는 경향 역시 크게 줄었다.

연구팀은 추후 새로운 임상을 통해 실제 체중 감소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사제보다 부작용이 크게 적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신 박사는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3년 안에 두피에 붙이는 패치형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매일 식욕 억제 관리를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와 검증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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