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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사설] 장군들 고소장에 담겨 만천하에 알려진 대한민국 군 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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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군정보사령부 사령관과 여단장이 폭로전 수준의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군 기밀이 줄줄 새고 있다. 존재 자체가 비밀인 특정 공작의 명칭, 구체적인 공작 수행 방식 등이 고스란히 고소장에 적혀 외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속 군무원이 비밀 요원들의 명단을 유출하는 심각한 사고가 난 부대의 지휘부가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 기밀을 마구 유출하고 있다.

두 사람은 ‘광개토 사업’이란 극비 공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비역 민간단체가 영외 사무실을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했다. 여단장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제출한 고소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광개토 사업’이란 공작명뿐 아니라 예비역 단체를 동원하고 오피스텔을 안가로 운영하는 방식 등은 모두 기밀에 해당한다. ‘광개토 사업’은 외국에서 진행될 대북 정보 수집으로 추정된다. 이번 기밀 유출로 현지 정보 업무 수행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장군이 고소장을 군사 기밀로 도배하고 변호인을 통해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유출된 기밀들은 대부분 여단장 쪽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령관은 아직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사령관도 변호사를 구해 맞불 대응에 나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보사 1·2인자가 이렇게 싸우는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현재 정보사는 어떤 상태인가. 국방부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예정인가.

해병대원 순직 사건으로 해병대가 갈라져 서로 싸우고, 국회에선 육사 출신 의원들이 여야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싸우는 내용도 치졸한 경우가 많다. 최근 북한 김정은은 미사일 1000발을 한꺼번에 쏠 수 있는 발사대들을 휴전선 인근에 배치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군의 한심한 행태와 내분은 혀를 차게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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