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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 반정부 시위→총리 사임… 방글라데시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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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위대가 정부에 항의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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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던 셰이크 하시나(77) 방글라데시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고 헬기 편으로 해외로 대피했다고 외신들이 5일 전했다. 시위 강경 진압에도 정권 퇴진 목소리가 더욱 커지자 하시나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공무원 채용 시 독립 전쟁 유공자 후손을 우대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부터 진행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300여 명이 사망했고 6만여 명이 체포·기소됐다. 총리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방글라데시 상황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육군 참모총장 와케르-우즈-자만 장군은 국영 TV를 통해 “조만간 임시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Q1. 독립유공자 가족 우대는 왜 반정부 시위 도화선이 됐나

정책의 골자는 공직 채용 시 인원의 30%를 1971년 독립 전쟁 유공자 자녀에게 미리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단순 가산점 등의 우대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으로 번졌다. 방글라데시는 1947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할 때 파키스탄의 일부인 ‘동파키스탄’이었다. 언어·종족이 다르고 2000㎞ 떨어진 파키스탄과 줄곧 갈등했고, 1971년 분리주의 정당 아와미연맹(AL)을 이끌던 무지부르 라만이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시작된 독립 전쟁에서 승리했고, 유공자 후손에게 공무원 채용 인원의 30%를 배정해 생계를 챙겨주는 혜택이 시행됐다. AL은 현 집권 여당이고, 초대 대통령 라만의 딸이 하시나다. 표면적으로는 국가유공자 예우이지만, 집권 세력 챙기기라는 말이 나왔다. 2018년 폐지된 이 정책이 올해 초 집권 여당의 총선 승리 뒤 재도입될 것으로 보이자 반정부 정서에도 불이 붙었다.

Q2. 이런 상황이 됐는데도 정부는 가만히 있었나

시위가 격화되자 대법원은 할당 비율을 30%에서 5%로 줄이겠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만성적인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국민의 분노는 결국 폭발했다. 한반도의 3분의 1 면적에 1억7000만명이 모여 사는 방글라데시의 실질적 실업률은 40%에 육박한다. CNN은 “매년 대학 졸업자 50만~60만명이 1000개가 채 되지 않는 공무원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고 전했다. 민간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안정성이 보장된 공무원은 최고의 일자리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이 아닌 혈통만으로 ‘철밥통’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불공정한 현실이 취업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청년층뿐 아니라 서민들의 분노를 부추겼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동력이 됐다. 당국의 강압적인 시위 진압도 기폭제가 됐다. 시위대는 하시나에게 사과와 강제 진압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하시나는 전격 사퇴 전까지 시위 강경 대처 입장을 고수했다.

Q3. “임시정부 구성” 발표한 군부 … 앞으로 상황은

권력 공백으로 전례 없는 국정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와케르-우즈-자만 육군 참모총장은 새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하시나 총리의 후임으로 자신이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군부는 최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시나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는 승리를 외치며 환호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방글라데시 정국이 격변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AL은 지난 1월 총선에서 299석 중 223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고 하시나는 5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 속에 치러진 당시 선거는 주요 야당들이 불참했고 투표율도 저조했다. 이 때문에 야권을 중심으로 새롭게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2009년부터 장기 집권해 온 하시나가 복귀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독재자로 변모했다는 비판과 고령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방글라데시 상황에 인도가 적극 관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도는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 맞서 독립 전쟁을 치를 때부터 지금까지 최대 지원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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