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코스피 지수는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2450 아래로 내려가 20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하는 경우 발동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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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된 걸까.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에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과 함께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외국인의 ‘셀코리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을 1조4700억원, 코스피200선물을 6900억원 순매도하는 등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한 지난 5월31일 1조3368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주식 선물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 2일 1조8922억원을 순매도해 지난해 8월2일 이후 1년 만에 최대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가 연중 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지난 7월12일~8월2일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총 2조572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들의 순매도액 888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로, 개인 투자자들이 3조819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 우위를 보인 날은 10일로, 순매수 우위를 보인 날(6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정부의 ‘밸류업(증시부양)’ 정책과 맞물려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 증시를 사들인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기조가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859조2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액은 총 22조9000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고치였다. 월별로도 외국인은 올해 들어 1월 2조9520억원, 2월 8조2410억원, 3월 5조1100억원, 4월 2조4110억원, 6월 5조2360억원 등 5월 순매도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7월 순매수액은 1조715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최근 발생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주가 조정과 함께 미국 경기침체 우려 확산,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이후 악화일로인 중동 사태, 워런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축소, 엔비디아의 신제품 설계 결함설 등 다수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국인 투매가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경기 침체가 오려면 유가가 더 내리고 구리 가격도 하락해야 하는데 구리의 경우 반등 중이고, 중국 증시도 선방하고 있다”며 “이번 매도세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발표되는 미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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