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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요르단 중재에도…보복 다짐한 이란, 이스라엘과 충돌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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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왼쪽)이 4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아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장관 대행과 회담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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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 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외교가 진행되는 가운데 양국은 거듭 보복과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이란은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시사하면서도, 이런 위협을 통해 이스라엘 내부의 균열과 안보 부담, 대이스라엘 비난 여론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요르단은 4일(현지시각) 20년만에 외교장관을 이란으로 파견해, 중재 외교에 나섰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이날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만나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이란의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하니야 암살은 “대응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의 큰 실수”라고 대답했다고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이란 쪽은 타협의 여지는 없고, 이 암살에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됐다.



사파디 장관은 페제슈키안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이스라엘을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받으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나의 이란 방문은 이 지역의 심각한 긴장 격화를 논의하고 솔직함과 투명성으로 양국 사이의 차이 극복에 관한 솔직하고 명확한 토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주례 각의 시작에 앞서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의 악의 축에 대한 다중 전선 전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들의 모든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어떤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적들에게 재차 말한다”며 “우리는 우리에 대해 어떤 쪽에서 오는 어떠한 침략에 대해 대응하고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에이비시(ABC) 방송과 회견에서 “우리는 이 상황이 끓어오르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의 통화에서 “지역 긴장을 완화하고, 추가적인 격화를 피하고, 안정을 진전시키려는 모든 당사자들이 취하는 조처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란 내에서는 이 사태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손에 놀아나지 않으면서도 대응하는 방법에 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니야 암살이라는 도발을 벌인 것은 자신의 극우 정권 유지, 가자 휴전 협상 회피, 개혁파인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서방 화해 노력 좌절 등을 노린 것이어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이란은 일단 이슬람권 국가들의 모임인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지역 국가들에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바라는 사우디와의 수교를 막고,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요르단의 20년 만의 외교장관 파견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요르단의 경우,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이 일어나면 안보와 외교에서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랍 국가이며 서방의 동맹국으로 지난 4월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 때 자국 영공을 지나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격추에 협조해 국내에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인구의 절반이 팔레스타인계 주민인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이 재발하면, 요르단으로서는 심각한 안보 위협에 처하고 이스라엘과 다시 협조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사파디 장관은 지난주 하니야 암살에 대해 “극악무도한 범죄이고 국제법과 인도주의법을 위반하고, 국가 주권을 침해한 긴장 격화 행각”이라고 이스라엘을 격렬히 비난했다.



미국 역시 내부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심각한 불만과 성토가 비등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그가 가자 휴전을 위한 협상단을 다시 파견하겠다고 밝히자 “나에게 헛소리 좀 작작하라”고 질타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휴전 협상 대표인 하니야를 암살해 협상을 파탄시켜놓고 위선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 대통령을 쉽게 보지 말라”며 미국이 지원하는 대이스라엘 지원이 조건없는 것은 아니라고 압박했다.



이란의 공격 시사에 이스라엘 국내도 전례 없는 불확실에 휩싸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안전 문제로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이스라엘로 귀국하거나 출국하려는 시민들이 발이 묶였다. 이스라엘 관리들에 따르면, 수만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외국을 여행 중인 시민들에게 귀국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온라인 조사에 응하라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에게 이 혼란으로 자신의 운명을 더이상 통제할 수 없고, 많은 분쟁을 완화할 명확한 계획이 없다는 생각이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보복 조처가 얼마나 큰 손실을 가할지를 지켜봐야 하고, 그다음에야 대응의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간 하아레츠의 군사분석가인 아모스 하렐은 가자 전쟁 발발 10개월이 지나도 이스라엘이 처한 궁지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몇 년 동안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이 펼쳐온 전략들은 최고조로 치달으며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명확한 전략을 제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그림자 전쟁에서 요인 암살, 시설물에 대한 파괴방해(사보타주) 공격을 한 반면, 이란은 헤즈볼라 등 동맹세력을 동원해 이란에 항시적인 저강도 공격을 가해왔다. 이스라엘이 ‘바늘로 찌르는 공격’을 한 반면 이란은 ‘가랑비에 옷이 젖는’ 방식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안보 부담을 높여왔다.



양국의 그림자 전쟁에서 이런 패턴은 지난 4월 이란의 대이스라엘 직접 공격으로 전기를 맞았다. 이란은 다시 대이스라엘 공격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즉각 대이스라엘 공격에 나설지, 동맹 세력을 동원한 저강도 공격 및 위협 장기화로 이스라엘에 안보 부담을 최대한 가한 뒤 일격에 나설지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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