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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비타민D 결핍, 세계적 유행?…'권장섭취량' 개념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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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장 명승권 교수 주장…SCIE 국제학술지 게재

"80여 년前 2차 세계대전 당시 충분한 임상 없이 '전문가 합의'로 만든 개념"

"표준체중 개념처럼 코호트연구로 최적의 건강상태 위한 섭취량 새로 정해야"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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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 등 영양소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현행 기준상 국내 대부분의 성인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되고 있지만 관련 기준 자체가 수십 년 전 충분한 임상경험 없이 세워진 만큼 필요한 영양소 적정량의 재정립이 요구된다는 취지다.

국립암센터는 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인 명승권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펼친 이 같은 요지의 주장이 지난 6월 SCIE 국제학술지 '영양'(Nutrition)'에 연구단신(short communication)으로 온라인 출판됐다고 5일 밝혔다.

명 교수는 해당 글에서 비타민C를 예로 들어 나라마다 하루 권장섭취량이 상이하다는 점을 짚었다. 영국이나 인도는 40㎎인 데 반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100㎎, 프랑스는 110㎎ 등 그 차이도 크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보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란 게 명 교수의 입장이다. 애당초 권장섭취량의 개념 및 정의에 오류가 있기에 잘못 도출된 결과란 의미다.

명 교수는 "지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약 75%, 여성의 83%가 비타민D 결핍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남아시아인의 68%, 유럽인의 40%가 비타민D 결핍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대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명 교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비타민D 혈중농도를 20ng/mL(나노그램 퍼 밀리리터) 기준으로 한 결과다. 일반 병·의원에서는 30ng/mL로 기준수치가 더 높아 여성의 90% 이상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받고 관련 주사 또는 복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통계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약 80여 년 전인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권장섭취량의 설정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명 교수는 "당시 영양결핍은 매우 흔해 미국의 군 징집병 중 25%가 현재 혹은 과거 영양결핍자였다"며, 이로 인해 미국 국방자문위원회가 미국 국립과학한림원에 국방 관련 영양 조언을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이때 비단 군인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적용되는 주요 영양소의 권장섭취량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문제는 (이 당시)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가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았고, 임상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50여 명의 전문가들에게서 의견을 수렴해 비타민 등 주요 영양소별 권장섭취량을 정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의학적·임상적으로 타당한 연구결과에 근거해 최적의 건강상태를 위한 영양소별 섭취량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일종의 '합의'를 기반으로 수립한 정의라는 의미다.

이후 수차례 개정에도, 현재까지 권장섭취량은 '특정 나이와 성별의 집단에서 거의 대부분(97~98%)의 건강한 사람들의 영양요구량을 충족시키는 데 충분한 하루 평균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으로 정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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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대학원장(교신저자 및 제1저자). 국립암센터 제공



건강한 사람 100명이 있다면 그 중엔 특정영양소 섭취량이 낮은 사람도, 높은 사람도 있는데 최다 섭취군(상위 2.5%)의 섭취량을 '권장량'으로 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게 명 교수의 시각이다. 현행 권장섭취량을 일반적인 기본값으로 간주하기엔 '극단적으로 과도하다'는 것이다.

각국별 상위 2.5%의 영양소 섭취량이 다르다 보니, 한국의 하루 비타민C 권장섭취량이 영국·인도 등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도 설명했다.

명 교수는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의 비타민D 혈중농도가 분포하는 구간은 12~20ng/mL인데 (이 정도가) '결핍'이나 '부족'이라는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다"며 "(추가)연구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정상으로 간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타민D 혈중검사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는 되도록 충분히 많은 양을 권장해야 했던 80여년 전 시대에는 틀리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이후 영양성분 섭취와 최적의 건강상태를 규명하는 타당한 역학적 연구방법론이 등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질병의 발생과 사망률이 체질량지수(키·몸무게를 이용해 측정하는 비만도, BMI)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올라간다는 점에서 제시되고 있는 '표준 체중'도 대규모 동일집단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cohort) 연구 시행 결과라고 짚었다.

명 교수는 "마찬가지로 (주요영양소) 권장섭취량도 코호트연구를 통해서 최적의 건강상태를 보이는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 범위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며 의학과 영양학, 역학, 보건학 등 관련된 전 분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권장섭취량 영양결핍 관련 연구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주장과 견해가 국제학술지에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하며, 학계에서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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