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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빚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돌려막기' 하더라...AI기술로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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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규 PFCT AI 총괄 이사
중신용자 금리 낮추는 알고리즘 개발
데이터마이닝 최고 학회 KDD에 등재
"중신용 금리 연 8~10% 환경 만들 것"
한국일보

안병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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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고객의 타사 신용대출 이력을 보면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 20% 이자를 내는 분들이 많아요. 연 10~15%가 없는 '금리 단층1' 현상 때문이에요. 우량 고객과 정부 구제가 필요한 대출자 사이 '회색 지대'에 있는 분들도 연 8~10%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예요."

안병규(31)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3년 전 입사 때부터 느꼈던 문제의식이다. PFCT는 중·저신용자가 고금리 빚에 시달리는 다중채무자(대출 3개 이상 보유)로 내몰리지 않는, 동시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가 연체율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적정 금리'를 찾아주는 기술 금융 스타트업이다. PFCT 서비스의 중심엔 AI 기술력이 있고, 안 이사가 이를 총괄하고 있다.

컴퓨터공학 학사, 전산학 석사, 국제 정보올림피아드(IOI)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엘리트 공학도' 외길을 걸었던 그는 PFCT에서 일하며 중신용자(신용등급 하위 20~50%)조차 다중채무자로 몰리는 현실을 보게 됐다.

"저는 학자금 대출밖에 없는데, 저희 고객 대출 건수는 평균 10건이었어요. 일단 그게 충격이었죠. 대부분 100만 원 단위 대출을 받았는데, 소액 대출도 자주 받으면 금리가 오르잖아요. 심지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아직 여유가 있는 분도 있었어요. 처음부터 최대한 낮은 금리로 필요한 만큼 한 번에 대출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생각했어요."

중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확대하려면 연체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델이 필요했다. 그는 다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는 AI를 이용하면 과거 대출 사례를 현시점에 응용할 수 있고, 대출자 검증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금융사의 현재 대출 정책까지 고려해 대출 승인 여부 및 금리 계산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이 '에어팩(AIRPACK)'이다. PFCT 고객을 위해 만들었지만, 입소문이 돌면서 현재 국내 저축은행 4곳에서 에어팩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금융기관 19곳과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부실률을 최대 26.2% 낮추고 대출 승인율은 최대 24.6% 높였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지점이 에어팩 도입을 밝혔다.

안 이사 팀의 성과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중신용자 중에서도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금융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금리를 계산하는 AI 알고리즘을 고안했는데, 데이터 마이닝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데이터 마이닝 학회(KDD)'에서 발표하게 된 것이다.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확대되고 대출 비교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이, 중신용자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
한국일보

25~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데이터 마이팅 학회(KDD) 2024 국제학술대회' 일정. 핀테크 분야 발표자에 안병규 이사 팀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KDD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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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사 팀은 현재 이 모델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표한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적정 금리를 제시하는데, 현실에 맞게 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금리를 제시할 수 있도록 재개발 중이다. 안 이사는 "단순히 가장 좋은 학회부터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는데 채택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실제로 중신용자의 평균금리가 낮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국일보

안병규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PFCT 본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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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리 단층
안 이사의 지적처럼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은 한국 금융의 취약고리로 꼽힌다. 지난달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중신용자 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분기 17.6%에서 올해 1분기 26.2%로 늘었다. 문제는 중신용대출 비중이 늘어날수록 인터넷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와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 사이 딜레마에 놓인다는 점이다. 1분기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은 0.92%로 5대 시중은행(0.32%)의 3배에 달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네 번째 인터넷은행 출범 조건으로 보다 많은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대안 신용평가모델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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