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현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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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오락가락 행보’ 눈총
보조금 폐지 땐 ‘승자 독식’ 강화
공화당으로 정권 교체가 더 유리
올 5월까지 차 인도량 8.8% 감소
2분기 미 시장 점유율 9.6%P 하락
ESS 설치는 급증…새 수익원으로
중국 시장 고전…전기차 캐즘까지
10월 공개할 ‘로보택시’로 승부수
프리미엄 브랜드 굳히기 나설 듯
테슬라의 주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을 두고도 투자자들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오지랖 넓기로 소문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잇따른 좌충우돌 발언도 시장의 혼선을 키운다. 머스크의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이야말로 테슬라의 최대 경쟁력이라는 후한 평가부터, 머스크의 입이 테슬라의 앞날에 드리운 최대 리스크라는 신랄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공개 지지를 선언한 지 불과 며칠 뒤 매달 4500만달러(약 623억원) 기부 계획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오는 10월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제스처라는 분석과 별개로, 시장에선 이미 머스크가 달리는 말(공화당)에 올라탄 상황이라고 본다.
■ 트럼프 재집권에 승자 독식 가속화?
국내 자율주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의 공화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전기차 시장 선두업체인 테슬라로선 정책적으로 더 우호적인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집권과 동시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기는 정책을 가속화하면 이미 시장 지배자 지위를 굳힌 테슬라와 나머지 업체 간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리란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이를 ‘사다리 걷어차기’로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테슬라를 추격 중인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등은 물론이고, 리비안과 루시드 등 신흥 경쟁자들도 가히 ‘모래주머니’를 들고 뛰는 판이 펼쳐지게 된다”며 “현대차 등 국내 업체들도 테슬라의 ‘승자 독식’ 현상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기존의 자동차 산업을 주름잡던 글로벌 브랜드들은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의 전통 산업 영역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핑계로 포드나 GM 등 전기차 후발주자들은 이미 전기차 전환 규모를 줄이거나 일정을 미루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으로 회귀하는 조짐마저 나타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62만6000대로 지난해보다 8.8% 감소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2분기(4~6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9.7%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59.3%)과 비교해 9.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2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나 급증하는 등 전기차 사업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 신규 수익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자동차 기업이 아니다”라며 “자동차를 기본으로 ESS를 위시한 에너지 사업, 자율주행과 결합한 인공지능(AI), 옵티머스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아우르는 종합에너지기업을 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보다 상대적으로 ‘빅테크’ 규제에 적극적인 민주당의 재집권은 테슬라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크다. 미 대선이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의 박빙 구도로 흐르면서 머스크는 미 대선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해리스 부통령의 목소리를 조작한 영상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 10월 공개 로보택시로 차별화 시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미·중 갈등 국면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내 업체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박 교수는 “중국산 자동차 관세 대폭 인상 등 미 행정부의 잇따른 대중 공세도 이면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조차 중국 전기차, 배터리의 미국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쪽에 오히려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는 중국 업체를 향해 고율의 관세를 뚫고 미국산 자동차들과 경쟁하기보다 아예 미국에 들어와 일자리도 만들고, 세금도 내라는 주문을 하는 걸로 보인다”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도 아니고 ‘메이드 인 멕시코’도 아닌 철저히 ‘메이드 인 USA’ 제품을 만들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전 세계로 맹렬히 뻗어나가는 중이다. 머스크도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BYD와 같은 중국 기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테슬라가 가장 고전 중인 지역이 중국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중 견제에 맞선 ‘애국 소비’ 흐름까지 맞물려 있다.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테슬라가 중국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테슬라 전체 매출의 22%를 책임지는 최대 해외 시장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까지 맞물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에서 테슬라가 점유율 압박에 노출된 건 맞다”면서도 “오는 10월 윤곽을 드러낼 로보택시의 자율주행 기술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성비’를 최대 무기로 하는 중국 전기차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최첨단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탑재한 로보택시를 내세울 거란 관측이다. 한때 멕시코 공장에서 모델3의 후속인 저가 모델(모델2)을 생산해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려 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지금은 쏙 들어갔다. 보급형 모델을 통한 대중화보다는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테슬라의 위상을 굳히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에서 판매 중인 FSD 소트프웨어를 더 고도화된 형태로 가다듬어 운전자 개입 없이도 차가 알아서 운행하는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의 로보택시를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는 게 테슬라의 목표 아닌가 싶다”며 “머스크가 중국 리창 총리를 만나 FSD 테스트 승인을 얻어내는 등 대립 중인 미·중 사이에서 영리하고도 교묘한 줄타기를 통해 중국 도로에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 중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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