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둔화로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 개선세에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상태에서 미국 제조업과 고용 시장이 흔들리며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미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업종이 견인하며 12개월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2%에서 지난 7월 17.7%까지 높아졌다. 대미 수출이 증가한 것은 미국 가계의 소비 덕택이 컸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낸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시사하는 미 경기 부진은 수입량 감소,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월 미국 대선 승자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품목에서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전기차나 반도체같이 미국 판매량이 많은 업종들이 특히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지표 부진이 실제 실물경제로 연결되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미국 경기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날 한국은행도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국 경제가 당장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고용 쇼크와 제조업 침체 우려를 의식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린다면 국내 내수를 방어하는 데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연준이 9월 0.5%포인트 '빅스텝'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다만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심리가 짙어지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커지는 모양새다. 2일 아시아 증시 마감 후 미국 경기 둔화를 뒷받침하는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달러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고, 여기에 원화값이 연동해 3일 새벽 2시 기준 전날 주간거래 대비 9.70원 급등한 13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일 달러당 원화값은 역외시장에서 1358.1원까지 올랐다.
[홍혜진 기자 / 임영신 기자 / 한상헌 기자 / 한재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